[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 메탄 줄이는 벼 품종 개발, 기후위기 넘어선다

2025-09-04

농촌진흥청

메탄 저감 벼‘감탄’밥맛·수확량 우수

병해 저항성 높인 ‘신동진1’도 주목

질소비료 감축부터 논물 관리까지

저탄소 재배기술 확산에 적극 나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분야의 탄소 감축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농수축산 부문의 탄소 배출을 27.1%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국제적으로는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한 ‘글로벌 메탄 서약’이 출범했다. 특히 농업은 메탄 배출의 비중이 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논에서 이뤄지는 벼 재배가 대표적인 메탄 발생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벼농사는 일반적으로 물을 깊이 대어 담수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 토양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조건이 형성되고, 혐기성 세균인 메타노젠이 유기물과 뿌리 분비물을 먹고 메탄을 만들어낸다. 발생한 메탄의 약 90%는 벼 줄기를 통해 방출되는데, 문제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25배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메탄 저감을 위한 벼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벼 품종 개발 연구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메탄 저감 벼 품종 ‘감탄’을 내놨다. 영남지역 주력 품종인 ‘새일미’에 ‘신동진’의 지에스쓰리(gs3) 유전자를 도입해 육성한 품종이다. 지에스쓰리 유전자는 벼 씨알을 굵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진청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뿌리에서 분비되는 삼출물을 줄여 메탄 발생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감탄’은 ‘새일미’보다 메탄 발생량을 약 16% 줄였다. 비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감축 효과는 약 24%로 커진다.

농가 수익성도 올라갔다. 일반적으로 비료를 50% 줄이면 수확량도 약 15~20% 감소하지만, ‘감탄’은 7%만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밥맛도 ‘삼광’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흰잎마름병과 도열병에도 강해 재배 안전성도 확보했다. 추가 비용이나 노동력 없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품종이라고 농진청 측은 설명했다.

‘신동진’의 뒤를 잇는 ‘신동진1’도 주목받는다. ‘신동진’은 밥맛은 뛰어나지만 기후변화로 병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해 키다리병(qFfR1)과 흰잎마름병(Xa21) 저항성 유전자를 도입, 병 저항성을 크게 높였다. 밥맛 평가에서도 기존 ‘신동진’과 동등한 수준인 게 확인됐다. 전북에서 열린 품평회에서는 ‘신동진1’의 밥맛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품종 보호출원까지 마쳤으며, 농가에는 오는 2027년부터 보급될 예정이다.

2020년에 개발된 ‘미소진품’은 흰잎마름병(K1~K3)과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한 복합내병성 품종이다.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밥을 지었을 때 윤기도 좋아 ‘일품’을 대체할 품종으로 주목받았다. 경북 상주시는 ‘미소진품’을 지역 대표 쌀 ‘밥상주인’의 원료곡으로 채택해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전국 재배 면적은 1만3000ha(1억3000만㎡)가 넘고, 상주에서만 5300ha(5300만㎡)에 달한다. 경북 예천군도 ‘일품’을 ‘미소진품’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개발된 ‘중원진미’는 국립식량과학원이 ‘전주601호(드래향)’와 ‘전주605호’(복합내병충 계통)를 교배해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벼멸구·흰잎마름병·줄무늬잎마름병에 모두 강한 복합내병충성 품종이다. 지난해 대규모 벼멸구 피해 속에서도 충주시 시험 재배지의 ‘중원진미’는 피해가 없었다. 시민 공모로 이름을 정한 ‘중원진미’는 소비자 밥맛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볏짚 활용도가 높은 중장간(벼 줄기길이가 중간보다 약간 긴 것)품종으로, 축산 겸업농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충주시는 2026년부터 공공비축미로 지정하고, 2028년까지 재배면적을 1000ha(1000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메탄 배출량 줄이는 벼 재배기술 개발

품종 개발과 함께 재배기술 개선도 활발하다. 첫째는 질소비료 감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화학비료 사용을 20%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질소비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메탄 발생량이 9~11% 감소한다. 농진청은 ‘감탄’과 비료 절감 기술을 접목한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는 마른논 써레질이다. 논이 마른 상태에서 흙갈이와 균평 작업을 마친 뒤 물을 대어 모내기하는 방식이다. 첫 흙갈이 작업부터 모내기까지 약 10~12일이 걸리는 기존 써레질과 비교해 마른논 써레질은 약 5~6일에 그쳐 논 준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이른 봄에 미리 마른 흙갈이와 균평 작업을 마친 뒤 모내기하면 농번기에 집중되는 노동력도 분산할 수 있다. 메탄 배출량은 기존 방식보다 7~9% 줄고, 농업 수질오염도 대폭 낮아진다. 수확량은 큰 차이가 없다.

셋째는 논물 관리다. 간단관개(Intermittent irrigation)는 벼 생육기에 1회 이상 물을 빼내는 기술로, 메탄 발생을 최대 70% 줄일 수 있다. 물 사용량도 20~30% 절약된다. 정부는 간단관개 면적을 2030년까지 61.1%로 확대해 47만4000t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간단관개를 실천하는 농가에 활동비(중간물떼기는 15만원, 얕게걸러대기는 16만원/ha까지)를 지원하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력이다. 물을 자주 관리해야 하므로 농민들의 부담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단순형 자동 물꼬’를 개발했다. 수위 센서로 원하는 물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해 노동력을 크게 줄이고, 물꼬 개폐 기록도 남겨 저탄소 관리 실적을 증빙할 수 있다. 지난해 시험 결과 물 사용량은 약 68%, 노동시간은 약 79% 줄었다. 현재 현장 실증시험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