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6주년…'한인 사회'의 역할…"독립유공자 묘소 확인은 뿌리 찾는 일"

2025-02-28

곳곳에 방치 묘비만 남아

LA 인근만 80여 개 확인

후손 관심도 점차 사라져

"함께 할 일" 공감대 필요

독립유공자인 박혜경 선생이 LA 로즈데일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한 달 전 일이다. 1949년에 영면한 그를 한국 보훈부가 로즈데일 묘지에서 찾아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20년 독립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박 선생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가주로 이민을 왔다. 감리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밸리 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박 선생은 대한여자애국단 서기와 재무위원으로 일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박 선생은 독립자금 모금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선생처럼 독립운동에 힘을 보탠 많은 유공자의 마지막 흔적을 정부, 민간 모두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보훈부 통계자료(2024년 기준)에 따르면 미주 지역에서 독립활동을 한 서훈 유공자 중 아직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 수는 243명에 달한다.

1880년대에 태어나 독립 활동을 하다 1970~1980년대에 세상을 떠난 유공 열사들의 수도 100여 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1990년대 이후 업적이 확인돼 포상이 있었지만, 이들의 비석이 어디에 외롭게 서 있는지는 보훈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민병용 상임고문은 “한인사회가 가장 가까이 있는 LA 지역 인근에 80~90여 분이 안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열의 묘소를 찾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며 커뮤니티 차원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로즈데일, 포레스트론 할리우드힐스(위 사진 4명 포함), 잉글우드 공원묘지에서만 확인된 유공자는 현재까지 60여 명이다. 재단 측은 훨씬 더 많은 선열이 남가주와 북가주 인근에서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장은 “현재 781명의 유공자 후손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데 응답을 받은 경우는 30%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며 “선열들이 영면하고 3~4대에 걸쳐 시간이 흐르다 보니 선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을 전했다.

광복회 미서남부지회에서 자료 담당을 맡고 있는 손재호 부회장은 “후손 찾기 보도가 나가면서 문의가 늘고 있지만 결국 보훈부 자료 조사와 최종 결정에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명확한 사료도 부족하고, 모든 게 확인돼 유공자로 확정되는 경우는 전체 신청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왜 이런 의미 있는 일이 잘 추진되지 않았을까. 일단 재정적인 장벽이 크다.

광복회 미서남부지회와 대한인국민회 등 단체들은 적은 지원금으로 살림을 해야 한다. 행사들에 인력과 시간을 할애하고 나면 정작 유공자들과 후손들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재단은 현재 한국 보훈부로부터 연 4만5000달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무실 렌트비와 관리비를 내면 바닥을 드러낸다. 올해 사업 비용은 12만 달러가량이다. 결국 이사진이 갹출을 해야 할 판이다.

한인사회에서의 지원도 전무하다. 민 고문은 최소한 한인사회가 존재하는 한 묘소 확인 작업은 물론 뜻을 기리는 일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한글과 역사를 배우는 한국학교, 한국학과 등 뿌리 교육과 연계해서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묘소에 조그만 꽃이라도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무래도 지금 1세들의 관심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오늘도 머나먼 미국 땅 큰 공동묘지 안 조그만 묘석에서는 100년 전 독립을 외치던 선열의 이름이 먼 하늘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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