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등불을 다시 켜자-이상과 현실

2025-11-27

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천안=동양뉴스] 한 해의 문턱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멈춰 서게 된다.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도 이 시기부터는 속도를 조금 늦추며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나는 올해 어떤 이상을 품었고, 어디까지 걸어왔는가.” 이상(理想)과 현실(現實) 속에서 잠시 방황을 멈추고 노력하며 준비하던 자리로 돌아가 생각에 잠긴다. 올 한 해도 이상은 언제나 마음을 두드리며 더 나은 삶을 향해 이끌어주는 나침반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김없이 종종 그 길을 가로막는다. 계획했던 만큼 이루지 못했거나, 마음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때로는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노력보다 고민이 길어지는 나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실패(失敗)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방황(彷徨)은 우리가 길을 찾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과정(課程)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든, 그 모든 경험은 미래를 위한 자산(資産)이다. 중요한 것은 방황 속에서 멈춰 서는 태도, 그리고 다시 준비로 돌아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방황을 멈추고 준비의 자세로 다시 서는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성장(成長)의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힘은 언제나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 또한 우리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해를 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렸던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금 노력하고자 하는 자세를 준비하라고 조용히 권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작은 다짐이 내일의 변화(變化)가 되고, 그 변화가 쌓여 우리가 바라던 이상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될 것이기에.

하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늘 타협(妥協)을 요구한다. 때로는 받아들이기 싫은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향을 틀어버리기도 한다. 반면 이상은 언제나 더 멀리, 더 높이 손짓한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고민하고, 때로는 길을 잃는다. 그러나 그 혼돈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證據)이며, 더 나은 자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징표(徵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문제는 방황이 아니라, 방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흔들린 마음에 스스로 등을 돌려버린다면 우리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 혼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방황은 오히려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잠재된 시간 속에서 경험(經驗)이 될 것이다. 비록 현실과 이상 사이가 벌어져 있다 해도, 우리는 그 간극(間隙)을 메우기 위해 더 깊이 자신(自身)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새해에도 요구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코 우리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하라고 말할 것이다. 흔들린 마음을 추스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할 준비를 하라고, 삶의 변화는 항상 조용하고 작은 결심에서 시작되며 어느 순간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것처럼. 작은 목표라도 다시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이미 새로운 해를 맞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기에 스스로의 마음에 조용히 경종을 울려야 한다. 멈추어 서라. 그리고 다시 준비하라.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이유를 들여다보고, 미뤄두었던 꿈이 있다면 그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한 줄의 다짐, 하루의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잃은 채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다시 다잡는 마음의 끈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비록 발걸음은 쉬이 멈추지 못했지만, 시간은 고요하고도 단호하게 다음 장을 준비한다. 결국 삶을 안정시키는 힘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반복적인 점검과 균형 감각이다. 남은 시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균형을 되찾는 계기(契機)가 되기를 바란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해를 위한 가장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견뎌온 세월 한 해의 끝에서, 감정의 온도로 마음의 등불을 다시 켜자. 당신의 조용한 결심이, 새해를 더 멀리 아름답게 이끄는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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