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자르지 말라
네 칼이 먼저 상하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내 몸을 계속 키울 수 있나니
시간이 우리의 승패를 결정하리라
나를 밟지 말라
네 구두가 먼저 닳아 없어지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같은 몸 계속 밀어 올릴 수 있나니
네 무릎이 먼저 꺾이리라
나는 뿌리의 힘으로
겨울 나고 꽃 피우고
타는 가뭄에 견디며 대지를 붙들고 있나니
내 억센 뿌리의 손아귀에
네 뼈가 먼저 부러지리라.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뿌리가 없거나 얕은 사람은 뿌리가 있는 사람을 알아채지 못한다. 모르니 자신이 무시당하는지도 모른다. 뿌리가 없으니 사소한 일에도 쉽게 좌절하며 쓰러진다. 일어서지 못하여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 기대며 감아 오르려 한다. 자기라는 존재도 없다. 늘 타인의 안목에 의존한다. 많은 사람들이 뿌리가 없는 자기와 같은 줄 알고 얕게 살아간다. 이해타산에 밝고 정의(正義)를 무시한다. 신념이 없고 상황에 좌우된다. 그래서 늘 변한다. 깊은 뿌리가 있는 사람을 내공이 있다고 한다. 쉽게 굴복하지 않으며 정복 당하지 않는다.
누를수록 튀어 오르며 밟을수록 더 질겨진다. 자신만의 견고한 자아 정체성에 근원을 두고 긴 시간을 기약하기에 변하지 않으며 한결같다. 그것이 곧 내공이다.
뿌리는 내공이다.
버티는 힘이다.
아래로 딛고 위로 뻗친다.
좌우로 굵기를 키우며 상하로 퍼져가게 한다.
그러므로 뿌리는 강자다.
뿌리가 있는 사람은 늘 승자다. 그것이 뿌리의 힘이다. 심지를 가진 사람이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