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끝났고, 내일을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화제의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대사다. 전도유망한 육상 선수였던 주인공 미지는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난 이후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간다. 그때 미지를 깨운 할머니의 말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지의 오늘’을 새롭게 채우라는 위로와 응원의 말이리라.
오늘의 나를 만든 과거 속에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간혹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른다. 강한 정서적 사건들은 뇌에서 편도체와 해마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생하고 정확한 기억으로 저장되는데, 이를 섬광기억이라 한다. 그리고 이 기억은 내가 원치 않아도 반복해서 자동적으로 재생되곤 한다. 이를 하버드의 심리학자 샥터는 기억의 7대 죄악 중 하나인 집착이라 칭했다.

그런데 스스로 이 상처를 덧내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떠올리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반복한다. 이 반추 과정은 우울과 불안을 심화시킨다. 과거가 오늘을 망치는 셈이다.
미래 역시 그 불확실성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짠다. 이는 성장의 동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을 증폭시키고 과도한 긴장 생태를 유지하게 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의 90%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일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한다. 오지 않은 미래에 겁먹을 필요 없다.
짐바르도와 보이드는 개인이 어느 시간대에 초점을 두는지가 행동, 정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마음챙김 심리치료에서는 현재의 경험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끝난 과거와 알지 못하는 미래보다는 지금에 초점을 맞출 때, 미지의 오늘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질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