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 = 한국문단의 원로비평가이자 재야 원로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 지난 23일 오후 7시 대구를 찾아와 '한국의 필화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고 주최측인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가 24일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임헌영 소장은 최근 자신이 출간한 '한국의 현대 필화사·1'을 중심에 두고 앞으로 2부, 3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1부는 이승만시대의 필화 사건을 주로 다루었고, 2부는 박정희시대, 3부는 그 이후 한국현대사의 필화를 주로 다루었다고 밝혔다.
임헌영 소장은 "모든 필화는 국가폭력이다"라는 말은 중국 문학자 루쉰의 명언 "먹으로 쓴 거짓말이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 없다"라는 교훈과 상통한다고 밝히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인간사회가 지닌 엄청난 허위와 가면을 밝혀내는 게 필화이며 그 진실을 숨기려는 게 국가폭력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아니라 필화이다"라면서 "필화가 가장 많았던 한국, 그 필화를 가장 많이 만든 권력자들은 임기를 못 마쳤거나, 퇴임 후 불했했다"고 밝히면서, 한국 근현대사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세계사와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연 후 질의 응답 시간에 한 관객이 독자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과 강연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최인훈의 소설 '총독의 소리'를 권했고,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임헌영 소장은 1941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1966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해 평론집 '창조와 변혁' '불확실 시대의 문학'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문학가 임헌영과의 대화' 등 다수의 역작을 남겼으며 경향신문 기자, 중앙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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