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혼

2025-06-23

오영호, 시조시인

지난 4월,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선 김수열 시인 초청 북토크가 열렸다.

그의 시집 ‘날혼’을 중심으로, 진행은 해설을 쓴 서안나 시인이 맡았다. 북토크가 시작되기 전에는 가수 뚜럼브라더스가 김 시인의 시 ‘어디에 선들 어떠랴’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청중 중엔 따라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이 시는 1980년대 한재준 님이 곡을 붙여 결혼 축가로 많이 불렀다. 그 후 박창우가 곡을 다시 붙여 안치환, 우위영에게 불리어지며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김 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날혼’까지 8권, 산문집도 ‘달보다 먼 곳’을 비롯해 3권을 냈다. 그는 오장환 문학상, 신석정 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받았다. 이제 중견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수열 시인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수눌음’을 창단, 마당극 연출을 비롯해 작가회의, 민예총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4·3의 진상, 상생, 아픔을 노래한 작품을 쓰며, 실천적 행보를 해 오고 있기도 하다. 근래에 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제주도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을 맡아 제주도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급하다는 전갈 받고/ 요양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 여섯 시 반//

방금 전 돌아가셨수다//

어머니는 구석 침대에 가만히/ 하얗게 누워 계셨다//

어머니/ 하고 부르면/ 와시냐/ 하고 대답할 것만 같은데/ 어머니/ 어머니//

울어야 하는데/ 정말 울고 싶은데//

이상하다/ 눈물이 돌지 않는다//

고마웠수다/ 흰 손 잡아드렸다//

차지 않다”

- 김수열의 시 ‘날혼’ 전문.

‘날혼’이란 돌아가신 지 3년이 안 된 혼을 일컫는 제주어다. 그래서 어른이 돌아가시면 3년 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설명이 필요 없는 시다. 김 시인의 시의 장점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마다 삶의 희로애락이 진하게 녹아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표사를 쓴 고영전(일본 도시샤대학 교수)은 “…이번 시집 ‘날혼’의 시어는 다시 시퍼래지고 사나워졌다. 지금의 민의 삶이 그만큼 힘들다는 징표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바라건데 그의 시어가 다시,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창틈으로 들어온 햇살처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하고 온화해질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라고 썼다.

김 시인과 마주한 두 시간여의 만남은 한 마디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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