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살충제 대신 ‘물 뿌리기’…친환경 방제로 대응 나서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오르자,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전국 곳곳에 출몰하며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치솟고 있다. 도심을 가리지 않고 거리, 창틀, 차량에 떼로 들러붙는 이 곤충은 독성이 없지만 혐오감을 유발해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러브버그는 특히 고온다습한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 대량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곤충은 1년에 한 번만 출몰하며, 토양에서 유충 상태로 있다가 장마철 수분이 공급되면 깨어난다. 이후 성충으로 부화해 약 12주간 집중적으로 활동한 뒤 자연 소멸한다. 수컷은 평균 35일, 암컷은 7일 안팎의 짧은 수명을 갖는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 않으며, 유기물 분해와 진드기 퇴치 등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평가된다. 이에 환경부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교란과 인체 유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27일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이런 권고에 따라 친환경 방식의 방제 활동에 나섰다. 마포구 보건소 방역기동반은 전문 방역업체와 협력해 민원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물 뿌리기(살수) 방식의 방역을 진행 중이다. 구는 주민들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응 요령도 마포구청 누리집과 SNS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러브버그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방충망과 창틀 틈새를 점검하고,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날개가 약한 특성을 활용해 물을 뿌려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또 러브버그는 흰색, 노란색 등 밝은 색상에 끌리는 습성이 있어 야외 활동 시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러브버그는 약 2주간만 발생했다가 자연히 사라지므로, 살충제보다는 실천 가능한 친환경 대응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러브버그는 생태계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주민 불편이 큰 만큼 신속하고 지속적인 방제에 힘쓰겠다”며 “불필요한 약제 사용은 줄이고 구민 건강과 자연을 함께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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