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시위 두려워”... 대통령도 피신한 '이 나라'

2025-10-14

남미에서 시작된 이른바 'Z세대 시위' 물결이 아프리카까지 확산된 가운데, 2주 넘게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대통령이 안전을 위해 피신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APF 통신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직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방송이 생방송인지, 녹화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에서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현 정국과 관련해 이날 오후 7시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예고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군대가 국영 미디어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연설이 1시간 30분 지연됐다고 밝힌 데 이어, 또다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오후 9시 30분으로 연설 시간을 두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마다가스카르에서 만성적인 단수와 정전 사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계획한 주요 정치인이 체포됐다. 이후 25일 Z세대(Gen Z;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한 온라인 운동이 확산, 반정부 시위대 주장을 받아들이며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 전역 도시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확산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거센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육군 장군을 총리로 임명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거절했다. 대통령은 Z세대 시위를 조직한 수장이 회담 초대마저 거절하자 결국 '1년 안에 정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유엔은 지난달 25∼26일 경찰 강경 진압으로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사망자 수는 12명이며 모두 약탈자이자 파괴자였다”고 주장했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에는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급기야 최대 규모로 이뤄진 지난 11일 시위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CAPSAT)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 12일 불법 '쿠데타'(군사정변)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같은 날 쿠데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이제부터 육군과 공군, 해군을 포함한 마다가스카르 군대의 모든 명령은 캡사트 본부에서 발령될 것”이라며 군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캡사트 부대는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라조엘리나 현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운 군부대다. 캡사트와 함께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그 자리에 올랐던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캡사트가 등을 돌리자 '안전한 곳'으로 피신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공영 방송 RFI는 마다가스카르 최대 야당인 TIM 소식통을 인용해 '라조엘리나가 12일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해 두바이로 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임된 전 총리는 실제로 해외로 피신한 사실이 확인됐다. 크리스티안 은사이 전 총리는 가까운 사업가인 마미니아이나 레바토망가와 함께 12일 오전 동맹국인 모리셔스로 도피했다. 이와 관련 모리셔스 정부는 두 사람이 모리셔스로 도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다가스카르 내정 간섭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해외 도피가 확인되면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사례가 된다고 짚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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