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베네수엘라 대선 후보였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에 베네수엘라 대사관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친 미국·이스라엘 행보가 국제사회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채널12방송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차도가 과거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베네수엘라와 이스라엘 관계가 긴밀해지도록 하겠다.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며 “이는 이스라엘 지지 활동 일환”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채널12는 마차도와의 인터뷰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마차도는 그가 베네수엘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23년 8월 이후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자전쟁에 항의하면서 2009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던 대사관도 폐쇄했다.
마차도의 이 같은 발언은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과 유대교,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가 자국 수도라고 주장하는 도시다. 현재 이스라엘이 사실상 이곳을 점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기 재임 시절인 2017년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팔레스타인·터키·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에 항의하면서 중동 내 외교 갈등이 심화했다.
마차도는 대선 결과 조작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맞서며 현지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뽑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감사원으로부터 공직 출마 금지 조치를 당한 그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에게 후보직을 넘겨주고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은신하며 반정부 활동을 이끌고 있다.
마차도는 노벨상 수상 이후 마두로 대통령의 ‘앙숙’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엑스에 올린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에, 우리의 대의를 결정적으로 지지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하는 일에 감사하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마두로 정부를 견제하는 방식으로는 베네수엘라의 민주화가 진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차도는 지난 11일 NPR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는 것을 지지할지에 대한 질문에 “힘 없이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미 비정부기구인 ‘워싱턴 라틴아메리카 사무소’의 캐롤리나 히메네스 산도발 소장은 권위주의 확산을 경고한 노벨위원회가 마차도에게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항상 평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