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치매치료제 레켐비의 처방을 통해 초기 치료 과정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레켐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과정에서 부종, 출혈 등 부작용 논란이 일었지만 부작용보다 치료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 FDA는 치매치료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처방 시 MRI를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권고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뉴로핏이 주목된다. 뉴로핏은 MRI 영상을 AI로 인지해 뇌의 상태와 치매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 기술을 갖고 있다. 뉴로핏 기술을 이용해 치매치료제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 발생 여부를 MRI를 통해 계속 모니터링하게 된다. 현재 뉴로핏 기술은 치매치료제를 처방하는 관련 병원에서 치매 치료 이후 MRI 모니터링에 사용된다.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도 진행 중이다.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뉴로핏의 기술을 이용해 뇌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 AI에도 큰 이정표가 되고 있으며 향후 치매치료제 시장 성장과 함께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
아직 시장 초기이지만 뉴로핏이 글로벌 주요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일까. 의료AI 전문가는 우리나라 방대한 MRI 데이터셋이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치매치료제 수준에서는 신약 개발과 함께 환자의 뇌 영상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관련 병원에서 MRI 보급률이 높은 편이다. 건강 검진 등에서 얻어지는 방대한 MRI 데이터셋은 우리나라 의료 AI 업체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때로는 과잉 진료 이슈도 제기되는 MRI이지만, MRI 검사에서 얻어지는 의료 AI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관련 업체들은 성장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 체계적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치매 치료제 부작용 분석,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장기 추적 데이터를 확보해 부작용 모니터링과 신약 임상 설계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뉴로핏과 뷰노, 루닛 등 국내 의료 AI 업체 경쟁력도 우리나라 방대한 의료 데이터셋에서 나온다. 뷰노와 루닛도 주로 우리나라 병원의 임상 영상과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해외 시장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 데이터 관리와 AI 분석은 우리나라 미래 산업 경쟁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컬처와 연계해 K의료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원주시 등에서는 의료 데이터 센터 설립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의료 기기 산업, 대학 병원, 연구 기관이 집적된 도시에 의료 AI 데이터 센터 설립을 통해 민감 정보인 의료 AI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우리나라 의료 AI 업체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의료, 자율주행, 제조 등 AI 응용 영역에서 데이터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소버린 AI가 데이터 주권과도 밀접하게 연계된 것처럼, 의료 데이터 보호와 활용도 중요 이슈가 된다. AI를 통해 데이터의 학습과 함께 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화, 데이터 익명화, 데이터 보호를 위한 체계적 장치도 필요하다.
다른 측면에서 바이오 산업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있는 바이오 파운드리에도 기존 바이오산업과 제조-ICT-AI 산업의 융합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바이오 파운드리 산업 성장에도 의료 데이터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는 의료 AI 회사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제 의료 AI 데이터 센터 등을 통한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관리, 관련 산업의 육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앞으로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회사들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