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노조가 한 고위 임원이 “고작 2000~3000만원에 경쟁사로 이직하지 마라”고 발언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측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와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며 사기가 꺾인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회사의 현 위치와 직원의 고민을 무시한 태도며 조직 분위기를 해쳤다는 것이다. 노사가 줄다리기 중인 성과급 기준 협상에 힘을 보태고 노조 세를 불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10일 반도체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송모 부사장이 이같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 등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갈등은 송 부사장이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소관 팀의 소통회에서 “고작 2000~3000만원 가지고 인맥이나 커리어를 버리고 이직하지 마라”고 말한 것에서 불이 붙었다. 소통회는 기술 동향과 개발 방향 등을 공유하는 자리인데 직원들을 독려하려 한 발언이 오히려 반발을 부른 것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2000~3000만원이라는 금액은 한 직원의 1년 생활비, 주거비 등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라며 “이를 두고 ‘고작’ 이라 표현한 것은 직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무시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통을 위한 모임에서 직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권위적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송모 부사장을 향해 공식 사과와 해당 발언의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SK하이닉스와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면서 삼성전자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노사 합의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변경하면서 한 해 영업이익의 10% 전부를 성과급 지급에 활용하기로 해 내년 지급될 2025년 개인 성과급의 경우 평균 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성과급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 노조는 내년 임금·단체협약을 앞두고 성과급 지급 기준을 바꾸려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사측에 촉구했다. 노조는 성과급(OPI) 산정 근거를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에서 영업이익의 15%로 바꾸고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초기업 노조가 이번에 행동에 나선 것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향후 성과급 지급 논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반수 노조원 달성이 최대 목표인 노조 입장에서 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노조원을 확대하고 추후 협상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