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이 폐암·심혈관질환 등 중대한 건강 피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수 있는가는 여전히 사회적·법적 논의 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국내 시장점유율 1~3위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그 대표적 사례로, 1심 패소 후 2020년 항소해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소송은 단순한 배상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공보건, 그리고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의미를 묻는 시대적 시험대다. 공단이 제기한 이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담배회사에게 묻는 것이다.
ESG 경영은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책임을 강조한다. S(사회) 영역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위해 요소 최소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중독성과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흡연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나 담배회사들의 위법 행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런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면 이는 단순한 제조물 책임을 넘어선 중대한 사회적 책임 회피로 평가될 수 있다.
2022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3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그 책임을 면한다면, 이는 이윤 추구와 공공 이익 사이의 불균형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소송의 또 다른 쟁점은 담배와 질병 간 인과관계 입증이다. 1심에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책임을 부정했지만, 담배와 폐암 간의 의학적 연관성이 명확한 만큼 부분적 책임 인정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원은 의학적으로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사실을 인정해 부분적인 배상을 통해서라도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 단순히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이 소송은 단순한 금전적 배상을 넘어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도전이자, 기업 책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기회다. 법원이 형평성과 법리를 균형 있게 고려해, 보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해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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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