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계승' 정당의 연정협상 불발…오스트리아 최장 정부공백

2025-02-13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계승’ 정당으로 불리는 자유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불발됐다. 이로써 오스트리아 정부는 지난해 총선 이후 약 5개월이란 역대 최장 공백기를 맞게 됐다.

12일(현지시간) 자유당은 성명을 통해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가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감스럽게도 협상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며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자유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총 183석 중 57석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1당이 된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자유당은 과반 의석(92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위(51석)를 차지한 국민당 주도로 주요 정당 간 협상이 시작됐다. 당시 정당들은 자유당이 극우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협력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유당은 1956년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와 반유럽연합(EU) 및 반이민 정책 등을 내세워 지지세를 넓혀왔다.

그러나 정당 간 협상이 3개월만인 올해 초 결렬되면서 1당인 자유당 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협상의 주도권을 부여받았다. 이후 자유당이 국민당을 연정 대상으로 지목했고, 국민당의 화답으로 협상이 시작됐다.

다만 양당은 이민 정책과 장관직 배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 키클 대표는 “반이민 정책을 위해 내무부 장관직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으나, 크리스티안 슈토커 국민당 대표는 “내무부가 정보기관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극우 성향이 짙어지면 해외 정보기관의 협력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날 협상 결렬로 인해 오스트리아에서 2차 대전 이후 첫 극우 정부 탄생은 불발됐다. 하지만 총선 이후 약 5개월간 정부 구성이 지연되는 역대 최장의 정부 공백기를 맞으면서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오는 6월 이후 총선 재실시, 소수정부 구성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주요 정치인들과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과도 정부를 세우고 조기 총선을 열 수 있다”며 “이 경우 지난 총선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키클 대표와 자유당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키클 대표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오늘이 끝이 아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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