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올해 한층 더 강화될 예정이다. 친환경 선박의 필요성이 해를 거듭할 수록 중요해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관련 시장 선점을 준비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가 적용된다. 기존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30% 가량 높다. 이는 1t의 화물을 1마일(1.6km) 이동하는 연료 소비량인 '선박 톤 마일' 당 탄소 배출량을 약 10%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도 상향된다. 올해부터 CII 등급 기준은 매년 평균 2%씩 추가 감축하고, 2030년까지 총 11%의 탄소 배출 감소를 목표로 한다.
매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해운사들은 일찍이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이거나 발주된 대체 연료 추진 선박은 전년 대비 27.8% 증가한 9463척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주된 LNG 추진선은 전년대비 37.5% 증가한 649척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전년(29척) 대비 1079% 증가한 342척이 발주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박은 LNG 선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미 관련 선박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LNG 추진선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새해부터 LNG선박의 수주 및 수출 소식을 내놓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일 아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3796억원 규모 LNG 운반선 1척에 대한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LNG선박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선박에서도 기술력을 필두로 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의 수요가 늘면서 대규모 운송이 가능한 수소 운반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노르웨이선급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JDP)를 체결하고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제작을 위한 세부 기준 마련에 착수, 표준 용접 절차와 평가 항목을 만들어 선급 승인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수소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영국 선급 로이드사에서 멤브레인형 액화 수소 화물창과 16만㎥급 액화 수소 운반선 개념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받았다. 2022년에는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 노르웨이 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CCS(탄소포집저장) 사업도 새해 들어 탄력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CCS에 필수적인 LCO2(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시장의 개화는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는 '탄소 캐리어' 역할을 하는 LCO2 운반선의 발주가 2025년 179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주가 이뤄지고 있는 LCO2 운반선 한 척이 2만2000㎥급이고, 4만~7만t 규모의 대형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십 척에 달하는 수요가 예상되는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LCO2 운반선 건조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OCCS(선박용 탄소포집 설비)를 선상에 설치한 LCO2 운반선을 공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ABS(미국선급)로부터 4만㎥급 대형 LCO2 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