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의 의무 소각 근거를 담은 상법 개정안 준비에 착수했다. 임직원 보상 등 일부 예외를 인정하되 1년 이내로 기한을 정해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토록 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이미 추진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총 3건 이상의 상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8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재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가지 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하는 선에서 짧게는 1년 이내로 기한을 정해 의무 소각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무 소각하되 스톡 옵션 등 임직원 보상이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경우와 기타 경영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같은 자사주 소각 방침은 자사주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후보 시절 금융투자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유한 내부 보고서에도 기업이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신주발행 절차를 준용해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하고, 합병이나 분할시 자사주에는 신주를 배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자사주는 의결권 등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위는 이날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과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등의 현안을 포함한 비공개 간담회도 진행했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자사주 관련 법안은 공약 중심으로 검토하고, 7월 국회에서 취합해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감사의원의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두 번째 상법 개정안을 이달 처리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자사주 관련 법안의 처리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위는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도 논의한다. 이를 위해 투자자문사와 개미투자자 등의 현장의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다. 오 위원장은 형법상 배임죄 규정에 ‘경영상 판단은 예외’와 같은 면책 규정을 넣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배임죄 관련해서는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을 발의했다”며 야당의 법안까지 포함해 올 가을쯤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 토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현안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기재부의 경우,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기 위한 활동을 보고했으며 실제 편입까지 2~3년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중에는 퇴직연금 기금화를 통해 자본시장에 일정 정도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