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기대했는데…유료방송에 시청자위 의무화 '정책 역주행'

2025-07-08

유료방송 업계가 규제 강화에 한 숨을 내쉬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시청자위원회 의무 제도 실효성과 적용 타당성을 둘러싸고 지적이 제기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유료방송 전반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규제 완화를 기대하던 업계는 오히려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과방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임시국회 회기 내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87조·88조 조항을 중심으로 유료방송에까지 시청자위원회 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87조는 기존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외에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위성방송·IPTV 사업자 등까지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지상파·종편 등 일부 방송사에만 시행령으로 적용되던 '월 1회 이상 회의 개최' 의무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까지 법률로 확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국 78개 권역의 지역 케이블은 물론 전국망 기반의 IPTV·위성방송도 모두 매월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

제88조는 시청자위원회가 “방송편성 또는 채널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는 이 조항이 유료방송의 사업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널 구성과 운영은 사실상 요금 체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다양한 요금제와 채널 구성으로 상품을 설계하는 플랫폼 사업자인데, 시청자위원회가 채널 운영에 개입하게 되면 요금 정책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유료방송사업자는 이미 재허가 조건에 따라 자체 시청자위원회를 운영 중인데, 이를 법률로까지 상향해 반복 규제를 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 권익 보호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사업자의 경영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으며 기존 규제와도 중복된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전국 78개 권역에 분포한 지역 영세 케이블 사업자의 경우 구조적으로 정례회의 운영 자체가 큰 부담이다. 업계는 시장점유율 20% 이상 사업자 대상 등 단서조항 등으로 사업자 규모와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2024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TV 매출은 25.5% 급감했고 위성방송은 13.7% 줄었다. IPTV 역시 전년보다 9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이탈과 고정비 증가, 광고매출 정체 등으로 유료방송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더해질 경우 산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