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정경제 실현’ 공약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국, 가맹국, 유통대리점국 확대 개편 및 신설을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직을 확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술 탈취, 단가 인하, 과도한 위약금 요구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7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공정위는 행정안전부와 최근 이같은 조직 개편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플랫폼국과 경제분석국 신설 등도 논의됐지만, 민생 경제와 직결되는 ‘갑을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이 우선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개편이 완료되고 논의중인 경인사무소를 신설하는 방안까지 더해지면 공정위는 100명 가량 증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집단국 신설 등으로 54명 늘어난 이후 최대 규모의 증원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 인력 확충 방안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보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행안부에 구체적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행안부와 공정위는 현재 각국으로 흩어진 기업거래정책과, 하도급조사과와 기술유용조사과, 신산업하도급조사팀을 하도급국으로 모아 ‘국’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생산 일부를 맡기는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단가 후려치기, 대금 미지급, 부당 특약 등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1416건 중 하도급 분야가 606건(42.7%)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하도급업체에 인건비 대금 미지급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표준 약관이라도 만들어서 인건비는 직접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맹거래정책과와 가맹거래조사팀을 가맹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가맹사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허위·과장 정보제공,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요구 등 가맹점 피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맹점주들의 거래 관행 개선 체감도와 공정위 정책만족도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대리점정책과, 유통대리점조사과를 유통대리점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판매촉진비 부담 전가,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 등 납품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플랫폼국 신설은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온라인 플랫폼 규율 강화를 공약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무역장벽’이라고 반발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조만간 발의할 온라인플랫폼법에 수수료 상한제 등 통상 마찰이 없는 부분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업체의 대금 정산 주기 문제 등은 유통국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양한 조직 개편 방안을 두고 행안부와 협의하는 단계”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