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들고 탈출 논란… ‘90초 골든타임’ 지켜졌나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2025-01-30

화재시 폭발까지 평균 90초 걸려

“승무원, 지침 고지 여부 확인해야”

러에선 짐 찾는 승객 탓 탈출 지연

41명 사망 대형 참사 초래하기도

에어부산 사고로 항공기 화재 발생 시 탈출까지 ‘골든타임’ 90초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승무원의 매뉴얼에 따른 통제와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승객의 협력이 있어야 달성 가능한 시간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에서 화재 발생 시 생존 골든타임은 ‘90초’다. 항공기 사고 시 90초 이내에 탈출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경험에 따른 규칙이다.

90초는 항공기 기체에 화재 발생 시 폭발까지 이어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90초가 초과하면 기체 안에 화재가 주익과 보조익 등 날개에 가득 찬 항공유에 도달해 폭발적으로 커지는 ‘플래시 오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고, 이는 그만큼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의미다.

특히 이는 항공기의 기술을 인증하는 ‘형식증명’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44인승 이상의 비행기는 비상구의 50%만을 사용해 90초 이내에 모든 좌석의 승객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만 형식증명을 받을 수 있다. 비상구 절반만을 사용한 것은 사고 과정에서 문이 고장 나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국(FAA)도 ‘90초 룰’을 적용 중이다.

여기에 승무원은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이 짐(기내 수하물)을 챙기지 않고 여객기에서 신속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출용 슬라이드가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승객은 굽이 있는 신발도 벗어야 한다.

2024년 1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관용기와 충돌하면서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승객과 승무원 등 379명 전원이 탈출해 생존한 바 있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충돌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길이 불과 10분 만에 객실 안까지 번졌다. 그런데도 단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90초 룰’을 지켰기 때문이다. 당시 승무원은 위급 상황 행동 지침 고지 등 사고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승무원이 짐(기내 수하물) 내리지 말고 굽이 있는 신발을 벗으라는 등 안전 지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신속한 탈출이 가능했다.

2019년 러시아서 발생한 아예로플로트기 참사는 정반대의 경우다. 승객과 승무원 78명을 태우고 이륙한 뒤 바로 낙뢰를 맞은 항공기가 긴급회항·비상착륙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체 뒷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현지 뉴스에 따르면 이 사고로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일부 승객이 공황 상태에서 기내 수하물 칸에 있던 짐을 찾으려고 통로를 막는 바람에 여객기 뒤쪽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어부산 사고 영상에서 일부 승객이 수하물을 들고 비상탈출한 것으로 확인돼 탈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항공사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평소 승무원이 탈출 시 “짐 버려” 등의 반말투 고음으로 승객에게 소리치는 훈련을 하는데, 에어부산이 이를 제대로 이행했느냐는 것이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승무원은 물론이고 승객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며 “승무원은 체계적이면서 철저한 매뉴얼을 숙지하고 승객은 그러한 승무원을 믿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