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해부] 전통적 포지션 사라지는 K팝…"개성 살려 곡마다 다른 메인"

2025-11-22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최근 K팝 아이돌 그룹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인 '메인보컬', '메인댄서', '리드래퍼' 등의 역할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데뷔와 동시에 멤버들의 포지션이 명확하게 제시됐지만, 최근 데뷔하는 신인 그룹 상당수가 공식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거나,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2~3년 사이 데뷔한 대형 기획사 그룹들이다. 최근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들은 메인보컬 리드보컬 등의 포지션을 구분짓고 있지 않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뉴스핌을 통해 "이제는 '누가 고음을 내는가'보다 '곡에 어떤 톤을 얹는가'가 더 중요해졌다"며 "곡 자체가 고음 위주로 설계되지 않고, 음역대보다 개성 있는 보컬 컬러가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아이돌 곡들은 강렬한 고음 대신 자연스러운 톤, 힘 뺀 보컬, '말하듯이 불러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의 곡이 주 트렌드가 됐다.

퍼포먼스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메인댄서가 전체 안무의 킬링파트와 고난도 동작을 도맡았다면, 최근 안무는 전체 난이도가 낮아지고 숏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후렴'이 핵심이 됐다. 덕분에 퍼포먼스 비중이 멤버 전체로 넓어졌다.

안무가 B씨는 뉴스핌을 통해 "요즘은 '한 명이 안무 전체를 끌고 가는 안무'는 거의 없다"며 "멤버별로 개성이 살아야 하고, 숏폼에서 어떤 멤버가 찍혀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편집한다. 월등한 한 명보다는 상향 평준화된 모습이고 그렇게 안무를 짠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팬덤 구조의 변화와 플랫폼 환경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해외 팬들은 포지션보다 멤버의 분위기, 얼굴, 퍼포먼스 느낌 등 직관적인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소비한다. 다국적 멤버 구성이 일반화되면서, 각국 팬들이 멤버들의 포지션보다는 개인 브랜딩에 집중하는 흐름도 분명하다. '센터·메인보컬·리더' 같은 한국식 구분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히려 설명이 필요해 브랜드 형성에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지션이 흐려진 배경에는 플랫폼 환경 변화도 크다. 유튜브·틱톡·쇼츠 등 숏폼 기반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무대가 아닌 개별 멤버 단위의 소규모 클립이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됐다. 이 구조에서는 특정 멤버만 두드러지는 '포지션 중심 구조'는 효율적이지 않다. 각 멤버가 짧은 순간에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에, 기본적인 보컬·댄스 역량은 모두 갖춘 '올라운더'가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트레이닝 과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예전에는 보컬/댄스/랩 파트가 거의 확실하게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전 멤버가 모두 메인 포지션인 것처럼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특정 포지션이 약한 멤버가 '조용히 뒤에 서는' 구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포지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메인보컬과 메인댄서의 역할적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포지션을 실질적인 역할 구분이 아니라, 멤버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소개용' 정도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앞으로는 '포지션'보다 '콘셉트별 기용'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곡에 따라 메인보컬이 달라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K팝 전통적 포지션 체계가 빠르게 약해지는 지금, 아이돌 산업은 개성과 캐릭터, 톤 중심의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moonddo00@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