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DA “람보르기니·벤틀리 판매 꾸준”…프리미엄+친환경 양립 소비

“요즘은 벤틀리나 포르쉐 타이칸도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나와요. 예전엔 연비나 세제 혜택 보고 전기차 타던 사람들인데, 이젠 ‘있어 보이니까’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수입차 딜러로 일하는 이모씨(38)는 최근 쇼룸을 찾는 고소득 고객들의 소비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과시 가능한 프리미엄’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1495대로, 전월보다 14.8% 줄었지만 1~4월 누적 등록은 8만21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특히 롤스로이스(27대), 페라리(26대), 람보르기니(14대), 벤틀리(10대) 등 초고가 브랜드 차량도 꾸준히 팔리며, 수입차 시장 내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전기차 번호판으로 도입된 연두색 디자인도 이제는 ‘상징성’이 달라졌다. 2019년부터 친환경차에 부여된 이 번호판은 한때 택시, 렌터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전기차와 결합하면서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인데 벤틀리”라는 표현이 유튜브나 SNS에서 회자될 정도다.

한 소비심리 전문가는 “자산 회복 국면에 있는 고소득층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소비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며 “연두색 번호판은 단순한 친환경 인증을 넘어, ‘나는 프리미엄 전기차를 산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벤틀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의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매하는 이들은 세금 감면, 저공해차 혜택과 더불어 '차로 드러나는 가치소비'를 함께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고급차를 사더라도, ‘연두색 번호판’을 다는 선택이 그 자체로 신분적 표현이 되는 시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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