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한방] 가족력 척추 질환 관리법
치매·고혈압·당뇨병 등 친인척이 유병자면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병원에서 이런 당부를 하는 이유는 ‘가족력’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가족력은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혹은 사촌 이내에서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가족력은 유전, 생활습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통증 생기면 서둘러 치료 받는 게 중요
의료계에선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 비해 발병 위험이 두 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혈압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대표적 질환이다. 지난해 국내 한 병원에서는 부모 모두 고혈압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견줘 자녀의 고혈압 발병 위험이 4.8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만성 질환들에 대해선 비교적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눈여겨볼 점은 근골격계인 척추 질환도 가족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흔히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은 노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척추 질환 역시 가족적 요인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척추(SPI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하부 요추 디스크 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허리 사용량과 나이의 기여도는 약 11%에 불과한 반면, 가족적 요인은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15쌍의 일란성 남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신빙성을 높이기도 했다.
척추 질환의 가족적 요인 역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뼈와 근육이 약하다든지, 척추신경관 넓이가 좁거나 후관절 모양에 이상이 있는 등의 유전적 영향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잠재된 위험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척추질환에는 허리디스크가 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벗어나 신경을 눌러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 허리디스크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약 210만 명으로 그중 50대 이상이 70%를 차지했다. 나이가 들면서 악화할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통증이 발생했다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시기를 놓치고 방치한다면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하지방사통까지 유발해 심한 경우 보행 장애, 마비 증상으로 인한 대소변 장애도 초래할 수 있다.
다행히 허리디스크는 마비 증상 등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술 없이 회복 가능하다. 실제 한의학에서는 허리디스크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신체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등 한의통합치료를 실시한다.
한의학의 허리 통증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침 치료는 요통 환자들의 수술 확률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통 환자가 침 치료를 받을 경우 수술률이 평균 3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일수록 효과가 두드러져, 60대 환자의 경우 수술 확률이 53%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요통 진단 이후 빠르게 침 치료를 시작할수록 수술 위험이 더 크게 감소하는 경향(1주 44%, 5주 37%)도 나타났다.
전문적인 치료 외에도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척추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잦은 음주와 흡연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는 칼슘 배출 촉진으로 인해 골밀도를 감소시킨다. 또한 디스크 영양 공급을 방해해 요통을 심화시키고 염증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아울러 흡연자의 디스크 퇴행 정도가 비흡연자와 비교해 약 85% 더 심하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야식을 지양하는 등 식습관 관리를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복부비만은 척추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변 근육을 약화해 주의가 필요하다.
대퇴사두근 스트레칭 허리 통증 완화
또한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다. 움직임 없이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습관은 척추에 부담을 가중해 디스크 퇴행을 가속한다. 특히 노화가 시작되면 고관절이 약화해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이 약화하면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골반에도 문제가 생기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스트레칭에는 ‘대퇴사두근 스트레칭’이 있다.
대퇴사두근 스트레칭은 고관절 뒤쪽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고, 앞쪽 대퇴사두근과 장요근을 이완하는 동작으로 고관절과 허리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방법은 편안한 자세로 서서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 후 양손을 허리에 얹는다. 이후 숨을 내쉬며 대각선 뒤쪽으로 오른 다리를 쭉 편다. 이때 반동을 이용하기보다 엉덩이 근육의 힘으로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린다. 제자리로 돌아와 반대쪽도 동일하게 실시한다. 좌우 번갈아 총 10회 반복해 하루 3세트 실시한다.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의자를 잡거나 벽을 짚어도 좋다.
자신의 몸 상태에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은 질환 예방을 넘어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어느새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희망찬 새해를 위해 나의 올해 생활과 건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송주현 노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