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내란세력 청산 과정은 진통이 있었으나 특검과 재판이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빛의 혁명을 거스르는 반동적 역습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세를 뒤집을 만큼의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진정한 혁명이란 단지 정권 교체가 아니라 낡은 권력 기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이며, 국가기구가 다시 국민의 통제를 벗어날 때 혁명의 목표는 좌초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다. 주가 상승은 시장의 신뢰를 반영하고, 민생경제에도 서서히 숨통이 트이는 기운이 감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균형감 있는 행보가 눈에 띈다.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 대미 통상협상은 예상을 넘어선 결과로 마무리되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또한 성공적으로 끝났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앞으로 하기 나름”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지금 분위기만큼은 호의적이다. 여러모로 국정 운영이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로 이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 국정이 안정세에 접어들수록 지도자와 집권 세력은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성공은 자만의 문턱을 만들고, 정치의 진짜 위기는 위기가 사라졌을 때 찾아온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옷깃을 여밀 때다.
최근의 몇가지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최민희 의원 관련 논란은 그 맥락과 대응 과정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고, 국정감사 막바지의 흐름마저 흔들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의 부동산 소유와 부적절한 발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거친 언행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작은 실수’일지 몰라도 국민 신뢰에는 깊은 금이 갔다. 역대 어느 정부든 지지율 하락은 사소한 균열에서 시작됐다. 국정이 순조로울수록 국민의 기대치는 더 높아지고, 작은 돌부리 하나에도 크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권력의 도덕적 긴장이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 진영 인사 한 사람, 여당 의원 한 명의 언행이 전체 얼굴이 된다. 부정부패는 물론, 말 한마디의 오만과 태도의 불성실조차 국민 분노를 부를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이 정도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안이한 인식이야말로 권력을 좀먹는 독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금 국민의 신뢰라는 귀중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그 신뢰는 광장 시민의 명령이자 민주주의의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신뢰는 외부 공격보다 내부 자만으로 더 쉽게 무너진다. 옷깃을 여민다는 것은 단지 몸가짐을 바르게 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을 절제하고 국민 앞에 겸허히 서겠다는 다짐이다.
“촛불혁명으로 권력은 바꾸었으나, 왜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가.”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탄핵 결의 직후 광장 시민들 앞에서 “국민의 삶이 변하는 민주주의”를 약속했던 다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잘하고 있다’는 평가에 취하지 않고, ‘더 바르게 하겠다’는 각오로 국정을 다잡는 것이다. 사회 대개혁,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와 인구 절벽, 디지털 전환, 지역 소멸 등 우리 앞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권력의 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오직 겸허한 성찰과 국민 신뢰 속에서만 추진될 수 있다.
우리가 트럼프의 강압에 치미는 분노를 삼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당히 맞서라고 응원하며, 협상 결과에 석연찮은 대목이 있어도 당장에 추궁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 결국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APEC의 성과 역시 일부 대기업만이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기에 지지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외교·통상의 성과가 국민의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솔직히 말해 많은 이들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중도보수’ 노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한다. 재벌과 오손도손하더라도 휘둘리지 않고 트럼프를 구슬리면서 우리의 존엄과 이익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국민은 아직 묻지 않고 있다.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와 민주당은 그 믿음에 답해야 한다. 그 답은 단 하나다. 국민의 삶, 곧 ‘인민 생활의 향상’이다.
그 길을 찾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옷깃을 여밀 때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은 늘 지도자의 태도를 본다. 국민 앞에서 겸손한 권력만이 오래갈 수 있다.






![[뉴스핌 이 시각 PICK] 대장동 '李 무죄'라는 민주당, 재판중지법은 왜? 外](https://img.newspim.com/news/2025/11/03/2511030739290870.jpg)
![[속보]강훈식 “재판중지법 불필요…정쟁에 대통령 끌어들이지 말아달라”](https://img.khan.co.kr/news/2025/11/03/news-p.v1.20251103.8ca99bc2785e47f288bb459f60ecf7fa_P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