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수주 전략을 통해 해외 건설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하반기에는 많은 나라 중 미국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조성하기로 한 ‘대미 투자펀드’에 한국 건설사들의 강점인 원전이 포함되는 등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체결된 한국과 미국은 '한-미 관세협상'을 통해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핵심 광물 등에 투자하는 약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산업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앞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2050년까지 자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원전 약 300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자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1000㎿급 이상의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건설 비용만 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를 웨스팅하우스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세계적인 원전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미국 내 원전사업 진출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원전 뿐만 아니라 미국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확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함께 솟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2023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은 333억1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미국은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단일 국가 기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북미·태평양 지역 전체 수주도 103억 달러(31.0%)로 중동(114억 달러·34.3%)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미국은 리쇼어링(해외공장의 국내 복귀)을 내걸고 강력한 무역정책을 펼쳤다.
이후 지난해 북미·태평양 수주는 46억7825만 달러(12.6%), 올해 1~6월 수주는 27억3400만 달러로 전체(310억1334만 달러)의 8.8%까지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미 투자펀드’가 2023년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교통부도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한 이후 최근 미국 친환경 ‘블루 암모니아’ 건설 프로젝트에 자체 펀드 운용을 통해 총 6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출자를 승인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미국 시장서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시카고와 워싱턴D.C.에서 현지 대형 건설사들과 릴레이 협약을 맺었다. 와이팅-터너(Whiting-Turner), DPR 컨스트럭션, 자크리(Zachry) 등과 함께 현지 원자력 프로젝트 수행 전반을 아우르는 협업을 추진한다.
특히 미국 에너지 디벨로퍼 페르미 아메리카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미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 2335만㎡ 부지에 AP1000 대형원전,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및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을 결합한 11GW규모 전력 공급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첨단 반도체 팹을 건설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내 태양광 발전소, 연료전지, 배터리 재활용 공장 등 친환경 인프라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다. 한미글로벌도 자회사 오텍을 통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2차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투자 펀드를 바탕으로 협력이 이뤄진다면 원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