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막을 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관세 협상과 연계한 대미 조선업 투자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미국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자국의 조선산업을 부흥시키려 하고 있다.
MASGA는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미국의 조선·해양 산업(특히 군함 및 물류선 건조·유지보수)을 부활시키기 위한 산업 협력 프로젝트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며, 2025년 한미 무역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부문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본격화됐다.
한국은 약 1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조선업 인프라 개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또 한국 조선업체들은 현지 조선소 인수, 공동 운영, 블록 모듈 생산 등의 방식으로 참여해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심각한 인력난을 겪으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재 약 9만명의 종사자 중 외국인 근로자는 1만명 이상(전체의 15~20%)으로 추정된다. 대형 조선소의 경우 2022년 이후 수주가 급증했지만 내국인 신규 유입은 거의 정체돼 있어 생산·기능직 중심의 현장은 외국인 인력 의존형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주요 국적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권이 중심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근로자는 용접과 도장 분야, 우즈베키스탄 및 중앙아시아 인력은 전기·의장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부 대형 조선사는 숙련기능 비자(E-7-4) 제도를 활용해 기술력이 높은 외국 인력을 장기 고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해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 한국식 조선 기술교육과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 검증을 거쳐 국내 취업으로 연계하는 구조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지만, 산업의 질적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는 안전사고와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숙련도 격차와 높은 이직률도 심각하다. 단기 체류 중심의 고용 구조 탓에 숙련이 쌓이기 어렵고, 체류 자격 불안정으로 근속률이 낮다. 셋째, 임금 및 처우의 불균형이 내국인·외국인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일 업무에도 외국인이 낮은 임금을 받는 사례가 많아 임금 구조 왜곡이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기술 전승 체계의 약화와 산업 자립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숙련공 세대교체가 지연되면 장기적으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MASGA 정책은 미국 조선산업의 전면적 재건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의 기술력과 자본을 유치해 조선소 현대화, 해군 및 상선 유지보수 강화,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에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수 있지만,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과 국내 고용 감소라는 양면적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 조선업이 MASGA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내국인 숙련 인력의 재교육 및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조선 관련 학과 축소와 기술인력 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산학협력 기반의 전문훈련센터와 지역대학 중심의 기능인력 재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 관리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 노동력이 아닌 산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한국어·안전·기술훈련을 체계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반 다국어 통역 시스템과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도입은 작업 효율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고부가가치 기술혁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 선박 건조에서 벗어나 LNG·암모니아 선박, 스마트십,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영역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MASGA 참여 시에도 핵심 설계·기술은 국내에 유지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협력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다국적 인력이 공존하는 산업 특성상 인권·안전·다양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ESG 관점의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은 글로벌 신뢰도와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진다.
한국 조선업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MASGA는 한국 조선업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미국의 산업 부흥 정책 속에서 한국은 기술력·생산력·인적자원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
내국인 숙련 인력의 양성과 재교육, 외국인 근로자의 전문화,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질적 심화가 동시에 이뤄질 때, 한국 조선업은 단순한 수주 강국을 넘어 기술 리더십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hskim5724@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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