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직원엔 침묵하더니…김병주 MBK 회장, 뜬금없는 장학생 격려에 뒷말

2025-08-14

[비즈한국] 김병주 MBK파트너스(MBK) 회장이 MBK장학재단 장학생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올해 들어 각종 비판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데 MBK가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관련해서는 공식 입장을 자제하는 듯한 김 회장이 장학생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자 뒷말이 나온다.

#김병주 회장의 뜬금없는 격려

MBK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주 회장은 7월 30일 MBK장학재단 장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 회장은 “MBK는 2005년 창립 이래 홈플러스를 포함한 모든 일들에 한결같이 virtue(덕)을 갖고 임해왔다”며 “MBK 일은 재단 이사장과 법인의 설립자를 겸하고 있는 저의 일이다. 이번 일이 MBK장학재단이나 장학생들이 갖고 있는 긍지와 자부심, 희망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병주 회장은 이어 “MBK장학재단은 단지 누군가의 지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쌓아온 미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촘촘히 엮어진 모두의 토대”라며 “MBK장학재단은 지난 18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성장을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병주 회장의 메시지는 내용상 특별한 것은 없었다. 김병주 회장이 MBK장학재단에 애착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MBK장학재단 설립 당시 15억 원을 출연했고, 지난해에도 2억 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이번 메시지를 두고는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회장이 그간 장학생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낸 적이 많지 않았고,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도 5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김병주 회장은 ​정작 ​홈플러스 직원들을 상대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MBK는 자기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MBK는 7일 설명자료를 통해 홈플러스 실적 부진은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라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8월 1일 개최한 홈플러스 기업회생 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을 반박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원인으로 과도한 차입금과 자산 매각 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MBK는 “홈플러스 경영위기는 구조적 산업 변화 때문”이라며 “단 한 번의 배당도 없었고, 1조 원 이상의 시설 투자와 온라인 강화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홈플러스 생존 가능성은?

MBK는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7월 “기존 지분 인수 부담 없이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해 곧바로 홈플러스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를 조사보고서상 청산가치인 3조 7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해 (그 가격으로) 인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현재 총자산은 약 6조 8500억 원, 부채는 약 2조 9000억 원으로 순자산은 4조 원 수준이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보유한 4조 8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담보로 2조 원을 차입하면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실제 투입 자금은 1조 원 이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홈플러스의 매각을 마치 부동산 갭투자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끝내 매각되지 않을 경우다. MBK로서는 상황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홈플러스는 내년 3월 4일까지 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아야 한다. 이때까지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못하면 회생절차가 종결된다.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를 3조 6816억 원, 계속기업가치를 2조 5059억 원으로 측정했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만큼 내년 3월 4일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김병주 회장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MBK에 따르면 김 회장은 홈플러스에 사재 1000억 원을 출연했다. 그렇지만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위해서 1000억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더구나 1000억 원 중 상당액은 직접 출연이 아닌 대출 보증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청산되면 김병주 회장에 대한 평가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여당과 노동계 모두 김 회장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홈플러스 청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 대비 청산가치가 더 높게 산정되면서 독립 회생계획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며 “인수자가 없을 경우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M&A가 성사될 때까지 자금 압박을 완화하고 회생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임대료 조정 협상에 진전이 없는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 폐점 진행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제도 시행 △2025년 3월부터 시행 중인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조치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문화점, 전주완산점, 동촌점, 장림점, 부산감만점, 울산북구점, 울산남구점 등 15개 점포가 폐점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헌신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성원이 지금까지의 회생 노력을 가능하게 했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고, 회생을 성공시켜 직원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점포 폐점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높다. 김병주 회장은 MBK장학재단 장학생들을 대상으로는 격려 메시지를 보냈지만 홈플러스 직원들과 협상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15개 매장 폐점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명백한 통매각 포기 선언이자 분할매각·청산을 위한 사전 단계”라며 “이 모든 흐름은 MBK가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먹튀’하려는 계획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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