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첫 상견례 이찬진 금감원장 '소비자보호·생산적금융' 강조

2025-08-28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 첫 만남을 가지면서, 감독당국의 새 기조를 본격적으로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검사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며, 은행권에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확립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가계대출 중심의 대출관행을 지적하며, 은행권에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생산적 금융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20개 은행 수장들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은행은 자금 중개자로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으로의 자금흐름을 뒷받침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활력 지원과 함께 금융산업이 동반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소비자보호 강화 및 금융범죄 엄정 대응을 이날도 강조하며,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금융 감독·검사의 모든 업무 추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은행권에서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시고, 스스로 책임있는 영업문화를 정착시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은행이 건전성 및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라는 동반자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더 이상 ELS 불완전판매 등과 같은 대규모 소비자 권익침해 사례는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은행 내부 업무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운영,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 등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립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직원들의 횡령 등 있어서는 안 될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물쇠가 깨진 금고와 다를 바 없다"며 "단지 비용절감을 위해 허술한 자물쇠가 달린 금고를 사용한다면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뿐이다"고 비판했다.

또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고 개연성이 높은 업무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내부통제 강화가 요구된다"며 "이는 효용가치가 없는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무한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투자이자, 은행 영업행위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공급 확대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은행은 돈이 흐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떠한 리스크가 있는지 나아가, 그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가장 잘 파악하는 전문가 집단이기도 하다"면서도 "현실을 보면 은행은 리스크가 가장 낮은 담보와 보증상품 위주로 소위 '손쉬운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더 이상 담보와 보증 위주로 은행만의 손쉬운 영업 관행을 지속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은행 및 국내 산업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해 경제주체 모두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이 지금이라도 AI 등 미래 산업의 성장 토대가 되는 생산적 부분으로 자금을 흘려보낼 수 있느냐가 곧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권의 건전성 규제 개선 등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본을 생산적 금융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더욱 활성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채무조정, 맞춤형 신용지원, 정책금융과의 연계 등을 통한 금융지원 확대가 그 통로가 될 수 있다"며 "9월 종료가 예정된 코로나19 피해 차주에 대한 만기연장과 관련해 개별 은행별로 마련한 관리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원활한 만기연장이나 이자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살펴봐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 원장은 가계부채 관리기조에 대해 현행대로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그간 부동산 대출에 대한 낮은 자본규제 부담과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이자수익 추구 영업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대출이 서로를 부추기며 쏠림이 더해지는 악순환이 가중됐다"며 "가계부채 위험 변수가 상수화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업무를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 DSR 규제 등 상환능력 중심 대출 심사 및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보다 힘써줄 것을 당부하고, 지난 '6.27. 대책'에 대해서도 규제 우회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감독기조에 대해 은행권은 소비자보호 및 국가 성장을 위한 생산적 금융에 힘쓸 것이라며 화답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은행산업이 국가 경제 대전환에 기여해야 한다"며 "은행권이 그간 경제의 혈맥이자 방파제로서 생산적 자금공급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등에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가 경제의 도약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장들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한 신뢰 확보의 중요성과 함께 국가 성장 및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의 역할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이어 고객 입장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 등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당국에는 '은행 건전성 규제 개선TF'에서 논의 중인 자본 규제 완화 및 정책자금 활성화 등 감독 차원의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한편, '상생금융 실천 우수 금융회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및 채무조정 활성화를 위해 절차 간소화 필요 등을 건의했다. 또 금소법 위반에 따른 금전제재 중복 부과(과징금, 과태료)와 관련한 은행권 우려사항도 함께 전달했다.

이 원장은 "성장과 안정, 산업과 소비자, 혁신과 신뢰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은행은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며 "은행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원칙은 엄정하게 지키되,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은행권의 혁신과 노력을 지원하는 동반자적 감독기관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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