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녀와 소통 이야기

2025-12-09

Z세대·알파세대의 '문화 DNA'를 이해하라

부모들은 종종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은 우리 세대를 이해할 마음이 없다.” 세대 간의 충돌은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문화 DNA를 지닌 두 세대가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오늘날의 Z세대·알파세대는 부모가 자랐던 시대와는 아예 다른 토양에서 자란다. 부모 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세대였지만,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속에서 삶을 시작한 디지털 최적화 세대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고, 감정을 표현하고,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출발점이다.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현실의 확장이다

부모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도구지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세계 그 자체다. 친구와 대화하는 공간, 자신을 표현하는 무대, 정보를 얻는 창구, 놀이하고 쉬는 일상의 일부.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Z·알파세대가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는 세대'라고 말한다. 부모는 “현실에서 친구 만나야지”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SNS의 DM을 통해 이미 만나고 있는데?”라고 답한다. 부모는 이런 변화를 '현실 회피'로 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공간이 자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는 시작도 되지 않는다.

Z·알파세대의 문화는 '짧고 빠르고 직관적'이다

부모 세대가 자란 문화는 '차근차근, 천천히, 깊게'였다. 책을 읽고, TV를 보고,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의 문화는 정반대다.

숏폼(Shorts·Reels·TikTok), 짤·밈(Meme), 하이라이트 영상, 즉답형 소통(좋아요, 하트, 반응 이모티콘). 이 짧고 빠른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부모의 긴 설명은 때로는 '소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 됐어”라고 말하며 귀를 닫는다. 하지만 이것은 예의 부족이나 반항이 아니다. 그저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일 뿐이다.

부모 세대와 다른 '관심사 중심 공동체'

부모는 보통 지리적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했다. 반면 Z·알파세대는 관심사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든다.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 같은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들, 같은 유튜버를 구독하는 사람들, 아이돌을 같이 좋아하는 세계관(팬덤)을 공유하는 사람들, 이들은 서로를 만나본 적이 없어도 '가까운 친구'라고 느낀다.

부모는 이 관계가 '허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 관계를 더 진솔하게 받아들인다. 부모가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부모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전혀 모른다”고 느낀다. 이 감정이 반복되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아이들의 문화 DNA는 '영상·상호작용·공감'이다

Z세대·알파세대는 텍스트보다 영상, 일방향보다 상호작용, 권위보다 공감을 선호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십 분의 설명보다 10초짜리 영상에서 더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그 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공감하고,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며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는 이를 '산만함'으로 해석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상적인 학습 방식이다. 즉, 아이들의 문화 DNA는 '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전체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해는 허용이 아니다···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부모가 아이들의 문화 DNA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은 게임·SNS를 마음껏 허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저 아이의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라는 뜻이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아이들은 이렇게 느낀다.

“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

“부모님도 내 세계를 존중하려고 하는구나.”

그때부터 대화가 열린다. 대화가 열리면 조언도 전달된다. 조언이 전달되면 자녀는 부모를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가 교육의 기반이 된다.

문화 DNA를 이해한 부모만이 아이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세대 간의 단절은 피할 수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부모의 이해 노력이다. Z세대·알파세대의 문화는 부모에게 낯설고 때로는 걱정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세계를 이해하려는 순간, 부모는 아이와 연결되는 새로운 문을 발견하게 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