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규제에 막히자…무인지상차량으로 우회한 중소기업

2025-05-21

도심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가 규제와 법·제도 미비 탓에 기약없이 밀리면서 국내 자율주행 관련 중소기업들이 무인지상차량(UGV)으로 우회해 기술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등 UGV의 핵심인 장애물 인식과 항법 시스템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테크기업 에이스웍스의 지난해 국방 분야 UGV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2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해엔 15억 원까지 늘어났다.

에이스웍스의 주력 사업 분야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검증이다. 에이스웍스는 현재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이 개발 중인 방산 UGV의 자율주행시스템 설계 및 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UGV 기술은 방산에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에이스웍스는 올 2월 정부의 ‘자율주행 기반 긴급차량 통행지원 서비스 기술 개발’ 과제를 완료하기도 했다.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자율주행 앰뷸런스를 제작해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 박승범 에이스웍스 대표는 “2010년부터 15년간 7세대에 걸쳐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며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UGV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2015년 11월 자율주행 택시 스누버를 개발하며 화제가 됐던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도 UGV로 눈을 돌렸다. 2019년 이마트와 시범 운영 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 배송서비스까지 나섰지만 각종 법규와 규제로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토르드라이브는 자율주행 기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제된 환경에서 효율적인 물류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UGV에 관심을 가졌다. 토르드라이브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국내 최초로 공항 여객기 수화물과 항공화물을 나르는 화물견인 UGV 실증에 착수했다.

모빌리티 모션컨트롤 제조업체인 삼현도 최근 AI 자율주행 기업인 케이스랩을 인수하며 UG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스랩은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자율주행 지게차, 고하중 이송 로봇 등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지능형 센서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삼현의 이번 인수를 방산 UGV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현은 올해 4월 다목적 UGV '호플론(HOPLON)'을 자체 개발하며 무인화 방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인 마음 AI도 VLM(멀티모달초거대모델) 기반자율주행 기술을 로봇 제조업체인 고레로보틱스의 제품에 적용해글로벌 건설 로봇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자율주행 업계가 UGV에 공을 들이는 것은 로보택시 등 국내 자율주행차 비즈니스 모델(BM)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과 중국이 로보택시 등 서비스의 실질적인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와 관련 법·제도 미비로 시범운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의 국가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해 기준 5억 달러 수준이다. 2026년에도 7억 달러로 성장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은 같은 기간 33억 달러에서 49억 달러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역시 같은 기간 97억 달러에서 127억 달러로 3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UGV는 방산과 물류, 농업, 재난 등 활용 영역이 갈수록 확장되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UGV 시장 규모는 2025년 6조 6306억 원에서 2035년 19조 423억 원으로 192%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이 직접 움직이기에는 위험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기에 UGV의 성장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특히 방산 UGV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관련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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