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와 K법률의 만남, 빅뱅의 시작

2025-08-21

“미국의 국업(國業)은 비즈니스다(Business of America is business)”라고 했다. 우리의 국업은 무엇일까. 국업도 끊임없이 바뀐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성공은 국업 교체를 알리는 상징적 사례다. 지난 6월 넷플릭스 공개 이후 두 달 만에 누적 시청 수가 1억8000만 회를 넘어서며 글로벌 신드롬을 만들었고, OST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차트 ‘톱100’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케데헌의 성공은 보이지 않는 복잡한 법적 인프라가 뒷받침했다. 넷플릭스 190개국 동시 공개를 위해서는 국가별 저작권 클리어런스, 캐릭터 상표권 등록, 현지 배급업체와의 라이선싱 계약 등 수백 건의 법적 절차가 필요했다. OST의 차트 석권 역시 작사·작곡 저작권 분배, 해외 음반사와의 유통 계약, 스트리밍 플랫폼별 수익 배분 등 음악 산업 특유의 복잡한 계약 구조가 뒷받침된 결과다.

케데헌 사례는 한국 산업 전반의 변화를 보여준다. K뷰티와 K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은 이미 단순한 상품 제조 판매업에서 벗어나 업그레이드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산업이 자신을 ‘테크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수출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정의하듯이, K뷰티 산업은 뷰티와 항노화라는 글로벌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한류 스토리텔링을 입힌 문화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K서비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는 법률 서비스다.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약속한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는 계약 협상, 규제 준수, 소송 대응, 지식재산권 관리 등 대규모 법률 서비스 수요를 동반한다. 한국 법률 산업이 연간 454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법률 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입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K콘텐트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저작권 분쟁과 라이선싱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계약부터 해외 현지 배급사와의 저작권 협상까지, 복잡한 국제 엔터테인먼트 법무가 일상화되었다.

국내 주요 로펌들은 이미 LA와 뉴욕에 한류 전담 법무팀을 구성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콘텐트 제작과 NFT 등 신기술 관련 법적 이슈에서 독보적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 한국 법률 서비스의 경쟁력은 대륙법과 영미법을 모두 이해하는 교차 시스템 전문성과 IT 강국다운 리걸 테크 혁신에서 나온다.

케데헌 사례는 걸음마에 불과하다. K문화와 K법률이 본격적으로 조우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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