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공지능(AI) 산업계에는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공지능 연구자가 있다. 중국에 있는 중국인, 그리고 미국에 있는 중국인이다.’ 새로 나오는 대다수 논문에 중국인 저자가 있고, 중국 대학들이 컴퓨터 공학 및 AI 분야의 순위를 휩쓸고, 전 세계 상위 2% AI 인재의 반이 중국에 있다고 하니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니다. 이런 중국의 AI 인재 독점은 해마다 진학하는 1300만 명 중 최상위 인재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수월성 교육을 한 결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렇게 선발한 천재 중의 천재를 어떻게 교육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있다. 명석한 두뇌와 성실한 학습태도를 지닌, 알아서 잘할 것 같은 학생들에게 도대체 어떠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베이징대, AI 특화 튜링반 설립
중국 안팎 대학·빅테크 러브콜
칭화대도 AI 대학 설립해 경쟁
활용에 방점 찍힌 AI 인재 전략

튜링상 수상자들이 커리큘럼 설계
전통적으로 인문·사회와 기초과학이 강한 베이징대는 공학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베이징대는 칭화대를 이어 ‘튜링반’을 설립하고 AI 엘리트 교육에 뛰어들었다. 튜링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암호학자다. 튜링반은 이름에 걸맞게 3명의 튜링상 수상자 홉 크로프트(코넬대), 실비오 미칼리(MIT), 매뉴얼 블럼(카네기 멜론대)을 초빙해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학생을 지도했다. 튜링반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커리큘럼인데, 튜링상 수상자와 자문위원회가 가장 최신의 가장 수준 높은 과목을 도입한다. 이처럼 정성스럽게 설계된 과목을 수강한 튜링반 1학년은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든다. 60여 명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튜링반 멘토들과 개별 미팅을 통해 개인의 연구 방향을 구체화하고, 연구 분야가 확정될 때까지 면담을 반복한다. 이를 로테이션 프로세스라고 지칭하는데, 최종적으로 5~6명의 지도교수를 확정할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연구분야와 지도교수가 확정된 재학생들은 바로 학술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은 많은 학부생의 세계 최고 수준 학회 논문 발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들이 보여준 경이로운 성과에 중국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해외 대학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도약하는 베이징대 튜링반에 자극받은 칭화대는 ‘야오반(姚班)’에 이어 ‘즈반(智班)’과 ‘양자과학반’을 추가로 개설하고 올해 AI 단과대학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야오’와 ‘즈’는 중국의 대표적 컴퓨터 과학자이자 튜링상 수상자인 야오치즈(姚期智·78) 교수의 성과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 최고의 AI 엘리트 육성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두 대학은 각자 대학이 보유한 석학들의 직접 지도를 확대하고, 빅테크와 더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즈반을 설립한 첫해 자국 내 최고의 천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야오치즈 교수가 직접 발 벗고 나선 일화는 중국 내에서 이미 유명하다.

세계 최고 수월성 교육으로 승부
튜링반과 야오반 모두 중국 내외 올림피아드 대회의 최상위 수상자와 자체 수학시험과 면접을 통과한 수재 중의 수재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월성 교육에 몰두한다. 이들의 모토는 ‘세계 최고의 인재에게 세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교원 및 연구원 초빙, 국내외 인턴십 제공, 해외 대학 파견, 연구 인프라 개선 등에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한다. 이처럼 중국의 AI 엘리트 교육은 타 대학, 타 학과와의 형평성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한다. 필자가 만난 튜링반 교수는 “우리는 단순한 사람들이다. 그저 인공지능을 정말 잘하고 싶고, 학생들도 그렇게 되도록 잘 가르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로지 AI 연구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 튜링반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자체 교육 시스템을 베이징대의 연관학과뿐 아니라 인문사회 계열까지 확장하였고, 대학 전체의 AI 교육효과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AI 교육 인재 전략은 ‘최대한의 활용’에 방점이 찍혀있다. 단순하게 AI가 지닌 잠재적 부작용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 모든 영역에 최대한 빠르고 깊이 AI를 결합하고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다시 한번 AI를 전환과 도약을 위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순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AI를 심층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떤 요소가 부족한지, 어떤 영역이 위험한지, 어떤 영역은 더 이상 인간의 역할이 필요 없는지, 인간이 해야 할 영역은 어디인지를 밝혀내 가며 AI 교육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단순히 1300만 수험생 중 칭화대 야오반과 베이징대 튜링반에 입학한 천재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AI와 함께 생활하고 성장한 수천만의 AI 증강 인간 군단이다. 우리 대학이 챗GPT를 활용한 부정 시험에 매몰되어 우왕좌왕하고, 우리 교육부가 인공지능 박사급 인재를 5년 반 만에 육성하겠다는 단순 숫자형 인재 전략을 발표하는 동안 중국은 진짜 인공지능 인재 육성과 확산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 5, 10년 뒤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에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가? 아니, 자리가 남아있긴 할까?
백서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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