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 구속영장에 “국민의힘 당대표, 대통령 부부 등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며 “정당의 공천을 매개로 거액을 수수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일반인이 정당 공천 과정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했다”라고도 했다.
“스스로 국회의원 같은 지위서 정치활동”
1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8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한 명씨가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했다”라고 했다. 이를 통해 명씨가 2022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김영선(국민의힘) 전 의원에게 공천과 관련해 세비 등 762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가 ‘공천 대가'라고 주장한 9000여만원보단 줄어든 금액이다. 현금으로 전달된 탓에 일부 금액은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명, 尹에게 “김 전 의원 공천 부탁” 메시지도
이와 관련,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 발표 전날(2022년 5월 9일),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드린다”라는 취지로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했다. 명씨 측은 “(윤 대통령에게 메세지를 보내기 앞서)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김 전 의원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연락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왔고, 이때 “그건(공천)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다는 게 명씨 측 설명이다. 명씨는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대화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공천 개입 물증’이라며 공개한 윤 대통령 육성 녹음 파일이다.
명, 예비후보들에겐 “협조하면 공천”
또 검찰은 명씨 등이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과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로 나선 이모씨와 배모씨에게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등과 친분 등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고 싶어하는 이씨와 배씨에게 “자신에게 협조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검찰은 영장에 밝혔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명씨가 언론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 “다 불태우러 간다” 등 증거 인멸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등 남은 증거를 추가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檢, “추가 증거인멸·도주 우려 구속해야”
실제 명씨는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를 폐기했다고 검찰에 진술하는 등 이미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나왔다. 다만, 명씨 측은 포렌식 업체를 통해 복구 가능한 증거를 새 휴대전화로 옮겼고, 검찰이 이미 압수해 ‘증거 복구이지 증거 인멸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 검찰은 명씨가 “중형에 대한 두려움과 사건 관계인 회유 등으로 도망할 우려가 농후하고, 일시적으로 잠적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 지방선거 예비후보였던 이씨와 배씨의 영장심사는 오는 14일 창원지법에서 정지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