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를 등에 업고 공천·국정·이권에 전방위로 개입한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명씨 의혹과 김 여사 의혹이 ‘하나의 게이트’로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씨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명씨가 대선 끝나고 김영선 전 의원이 당선되기 전에 김 여사에게서 500만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도 검찰에서 단순한 교통비라며 돈봉투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고 한다. 명씨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3억7500만원 상당의 조작된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의혹이 있고, 김 여사가 건넸다는 돈봉투는 여론조사 비용 대신 격려금 조로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던 강혜경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명씨가 김 여사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은 안 받아오고 금일봉을 받았다”고 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 명씨가 KTX 대통령 특별열차에 동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명씨는 같은 달 윤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주변에 이 회사 주식을 매수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명씨가 창원산업진흥원장 인선과 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걸로 의심되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 취임 전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명씨의 자녀들이 김 여사를 ‘고모’라고 불렀다는 말도 나왔다. 김 여사가 명씨와 사적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명씨의 ‘뒷배’나 ‘로비 창구’가 됐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담화·회견에서 명씨의 공천 청탁은 없었고, 김 여사와 명씨 관계 역시 특별할 게 없었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김 여사부터 사적 남용 시비를 부른 대통령 특별열차의 명씨 동승에서 보듯, 속속 드러나는 정황은 윤 대통령의 회견과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그간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관계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명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가 의혹만 키웠다. 용산 전체가 작정하고 거짓말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한다. 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으니 법안은 통과될 것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에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을 덮으려는 걸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본인 말을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