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라운딩을 두고 거짓 해명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이틀 뒤 골프를 친 사실을 언론이 취재하자 ‘골프광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정상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를 재개한 것’이라고 선제적으로 밝혔지만,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오래전부터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이렇게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했다니 어이가 없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지난 8월 이후 윤 대통령 골프 횟수에 대해 “언론에서 다뤄지고, 제보를 받은 것 포함 총 7건”이라며 “8월24일, 31일, 9월7일, 28일, 10월12일, 11월2일, 9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주말에 골프를 즐긴 것 자체를 탓하긴 어렵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중한 국면에서도 골프를 했다는 사실이다. 10월12일은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며 중대성명을 발표한 다음날로, 군은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던 상태였다. 11월2일은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 재·보선 공천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다다음날이고, 11월9일은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담화·회견 이틀 뒤였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당선에 따라 국익을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은 걸로 포장했다. 그때그때 상황만 모면하려 거짓말하는 걸 국정운영 기술로 착각하는 건가.
대통령실 거짓 해명은 상습적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 끝나고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했지만 취임 전날 통화한 게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씨와 몇 차례 문자만 나눈 사이라고 했지만, 김 여사가 명씨에게 금일봉을 주고 명씨가 KTX 대통령 특별열차에 김 여사와 동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 격노설로 촉발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때도 목도했던 일이다.
무신불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크고 작은 거짓말이 쌓여 국정이 웃음거리가 되고 정부 신뢰도가 밑동부터 허물어졌다. 이번 골프 거짓 해명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관련자를 엄히 문책해 일벌백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