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물류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존의 물류 관리 체계는 단순히 '화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가시성에 의존했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공급망 혼란·항만 적체·배송 지연 등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이에 따라 물류 업계에서는 단순한 위치 추적 모니터링을 뛰어넘는 이해하고, 예측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도입, 즉 진정한 의미의 가시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물류 가시성 솔루션은 대부분 지도 기반의 위치 추적에 머물러 화물의 이동 경로만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물류 전반의 컨디션과 리스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면 특정 배송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배송 지연이 발생했을 때, 단순한 위치 추적만으로는 지연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사전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최근 물류산업에서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AI 기반 예측 분석을 통해 재고 관리를 최적화하고 교통 및 날씨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배송 경로를 화물운송자에게 제시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또 IoT 센서 디바이스를 통해 온도·습도·충격 등 다양한 물류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화물 상태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터리와 같이 환경 변화에 민감한 화물의 경우, 이동 경로에서 온·습도의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면 해당 구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경고하고 대응할 수 있다. 실제 유리 소재 부품을 제조·공급하는 한 기업은 IoT 기반의 물류 인텔리전스 솔루션을 도입해 국제 복합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해상 운송의 시 컨테이너를 적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들림을 감지해 충격과 기울기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파손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 물류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기술 도입을 통한 물류산업의 운영 효율은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만 가트너가 SCM 및 물류 관계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공급망 관리 의사결정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물류산업이 많은 기업이 물류 가시성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이 이를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기술 도입과 인프라 고도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 기술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는 물류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앞으로 물류 공급망은 가시성(Visibility)과 함께 추적 가능성(Traceability)과 실행 가능한 정보(Actionable Intelligence)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에 물류 가시성 역시 단순한 모니터링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이해와 예측, 그리고 능동적 대응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스마트 물류가 가져올 미래는 단순히 효율성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큰 기회다.
윤지현 윌로그 대표 ji@willo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