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북미 ESS 확장 제동 걸리나...美 단속 직격탄

2025-09-09

ESS 생산 라인 전환 차질 우려

대규모 수주에도 납기 불확실성↑

북미 시장 공략 의지는 '변화 無'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미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비자 단속으로 K-배터리의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ESS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한 생산 차질과 납기일 준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ESS 사업 차질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 중인 직원들에게 즉시 귀국을 지시하고 신규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동시에 미국 내 기존 공장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관련 작업에 차질이 가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비자 관리 절차를 긴급 점검하고 있으며 SK온은 현지 인력 관리와 출장 방침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주요 생산기지 건설과 ESS 라인 전환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ESS 라인 전환 작업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비 협력사 엔지니어의 투입이 절실한데 비자 문제로 발이 묶였다"고 설명했다.

◆ESS 라인 전환 차질 우려 가중

단속 사태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공장 신설을 비롯해 ESS 라인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국 내 인력 재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의 생산 라인 전환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숙련된 엔지니어 부족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할 핵심 사업으로 ESS를 꼽아왔다. ESS는 전력망 안정화와 함께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할 핵심 인프라로 꼽히기 때문이다.

SK온도 조지아주 공장 준공 및 전기차 라인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인력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당분간 정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북미 ESS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K-배터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수주에도 납기 차질 우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K-배터리가 미국 시장을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대 축인 미국·중국·유럽 가운데, 미국은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전기차 시장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 핵심 시장으로 꼽혀서다.

최근 대규모 수주 성과도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로부터 6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고, SK온도 지난 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SK온의 경우 2030년까지 최대 7.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까지 확보한 상황이라 생산 일정 차질이 향후 사업 확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을 멈추기는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예정대로 참가해 ESS 신제품을 선보인 행보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미 ESS 시장 공략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상황에서 ESS가 유일한 돌파구인데, 미국 내 생산 차질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라며 "당분간은 기존 인력 재배치로 버텨야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ESS 확대 전략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HL-GA 배터리 컴퍼니에서 단속을 실시해 약 450명을 체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 47명(한국인 46명·인도네시아인 1명)과 협력사 인력 25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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