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일상에서 피어난 선한 영향력…평범한 이웃들의 특별한 기부

2025-05-14

청각장애 아동 위해 기부하는 구급대원강동묵 기부자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인 강동묵씨는 4년 전 교통사고 현장에서 청각장애 아동을 구조한 일을 계기로 사랑의달팽이에 정기기부를 시작했다. 구조 당시 아이는 초등학생이었고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구급대원인 강씨가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고 울지도 않았다. “이송 중에 보호자에게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청각장애가 있으면 재난이나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는 “사이렌 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며 “인공와우 수술을 지원하는 사랑의달팽이에 매달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소리를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할 생각이에요.”

61년 전 후원아동, 구족화가 되다 김명기 기부자

김명기씨는 구족화가(口足畵家)다. 구족화가는 사고나 장애로 두 팔을 사용할 수 없어 입이나 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말한다. 그는 일곱 살 때 감전 사고로 두 손을 잃고 1964년 플랜인터내셔널코리아의 전신인 ‘양친회’를 통해 스웨덴 후원자로부터 지원을 받게 됐다. 그렇게 40여 년이 흐른 2007년, 후원 아동이었던 그는 플랜의 정기 후원자가 됐다.

“스웨덴 후원자가 보내온 엽서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누군가로부터 도움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나눔은 릴레이처럼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시 그가 받은 사랑은 캄보디아·인도의 두 아이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어린 시절 후원을 받으면서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는다는 생각에 든든했다”며 “아주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삶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부모 여성이 세상에 보답하는 법 김윤미 기부자

김윤미 기부자는 8년 전 만 7살, 3살짜리 딸 둘을 데리고 이혼했다. 양육비는 받지 못했다. 서류상 증명할 경력이 없어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겨우 얻은 반지하 집은 비만 오면 물이 샜다. 김씨는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열매나눔재단에서 한부모 여성을 위한 창업 지원을 받았다. 재단은 무이자로, 조건 없이 창업 자금을 빌려줬다. 이 돈으로 2018년 꽃게장 가게를 열었다. 마케팅을 배우고,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이듬해에는 열매나눔재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 소액 기부를 시작했다. 지금껏 받은 도움에 대한 이자를 갚겠다는 마음이었다. 5년 만에 창업 자금도 모두 상환했다. 현재는 수산물 유통 업체에서 마케팅 이사로 일하는 김씨는 “기부는 가장 절박했을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11살에 세상 떠난 딸, 생일마다 기부해요 김융기 기부자

“셋째 딸 태연이는 어딜 가든 사랑받는 아이였어요.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라서 저도 그 애를 보며 많이 배웠죠.”

안과의사 김융기씨는 2013년 아내와 열한 살이던 셋째 딸을 한꺼번에 떠나보내야 했다. 전원주택 별채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생긴 일이었다. 그는 가족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의식을 준비했다. 생전 아내는 여성 장애인 단체를 지원하는 등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딸 태연이가 행사장에서 NGO들의 부스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는 매년 태연이의 생일에 맞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1000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2년째다.

“태연이는 제 마음속에 열한 살로 남아있습니다. 제 후원금이 태연이 또래 아이들에게 쓰이면 좋겠어요. 제가 보내는 작은 마음이 그 아이들의 삶에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해요.”

아이 낳고 10년째 전 세계 아이들 지원 김정은 기부자

서울 강남구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일하는 김정은 기부자는 출산을 계기로 새로운 기부를 시작했다. 매년 11월 11일, 딸 소윤이 생일을 기념해 1111만원을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한다. 딸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기부금은 주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서아프리카 아동을 대상으로 도서와 책 읽기 활동을 지원했다. 팬데믹 기간에는 우간다 학생을 위한 긴급용품을 후원했다. 지난해부터는 베트남의 맹그로브숲 복원과 기후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아홉 살이 된 딸과 기부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딸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고 말해줘요. 소윤이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해요.”

65세에 시작한 기부, 94세에도 해요 안금옥 기부자

“힘든 시절이 다 지나고 나니, 그냥 그저 다 감사한 일뿐입니다.”

올해 94세인 안금옥 기부자는 한국전쟁 이산가족이다. 전쟁 당시 가족과 생이별을 겪고, 서른여덟의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양장점을 운영하며 세 자녀를 홀로 키웠다. 생전 처음 기부한 곳이 함께하는사랑밭이었다. 당시 65세였다. 자식들이 장성하고 각자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 시작한 기부는 아니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절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큰아들을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 아픕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제시장 구두쇠, 1300명 아동 돕다 우한곤 기부자

우한곤 기부자는 60년 전 부산 국제시장에서 ‘최고 구두쇠’로 통했다. 한 평짜리 속옷 도소매 전문점 ‘일흥상회’를 운영하면서 검은 군복을 한 벌을 헤질 때까지 입고 다녀 붙은 별명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향한 마음만은 늘 넉넉했다.

올해 82세인 그가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12억원이 넘는다. 1975년 처음으로 모교인 중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고, 중학교가 의무교육으로 전환된 1987년부터는 초록우산을 통해 아이들을 돕고 있다. 누적 1300명 넘는 아동이 그의 지원을 받았다. 작은 가게였던 일흥상회는 연 매출 1800억원의 의류 기업 티비에이치글로벌로 성장했다.

이제는 아내와 자녀는 물론 사위·며느리·손주까지 3대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내가 죽더라도 아들이, 또 손자가 내 뜻을 이어 꾸준히 선행을 베풀고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가족과 함께한 49년 기부 인생 이원우 기부자

5000원. 서울 합정동의 한 건물 외벽에 붙은 기부자 모집 글을 보고 처음 낸 후원금이었다. 이원우 기부자는 1977년 대학 재학 시절 홀트아동복지회에 정기 후원을 시작해 49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대학생의 기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규모가 커졌다. 그렇게 현대건설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는 정기후원 외에도 결혼기념일이나 자녀의 입대와 제대, 첫 직장 입사 등 가족의 중요한 순간마다 별도의 기부금을 내왔다. 지금까지 누적 기부액은 1억6000만원이다.

이씨는 퇴임 이후 아내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곁에서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으로 전쟁 피해아동 돕는 발레리나 이주희 기부자

발레트리티니 대표 이주희씨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나눔을 확산하는 무용인이다. 자선 공연과 무용 특강으로 기부금을 모아 국제구조위원회(IRC)에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2022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 재능기부 형태로 무용 특강을 열어 48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무용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 발레·현대무용·한국무용 클래스를 열고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특강의 취지를 주변에 알리자 무기명 기부와 참여가 이어졌죠.”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발레 자선공연을 열어 710만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예림당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에는 200명이 넘는 관객이 참석했다. 이날 모인 기부금은 전쟁 피해 아동과 가족을 위해 전액 기부됐다. “특강이나 자선공연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마음을 움직이고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입양으로 얻은 기쁨, 기부로 갚다 정샘물 기부자

“기부는 제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 기부만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는 있다고 믿어요.”

30년 넘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정샘물 기부자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정기후원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기부를 삶의 일부로 실천해왔다. 2013년부터는 소중한 두 딸을 만나게 해 준 대한사회복지회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입양을 통해 아이들과 가족이 됐어요. 덕분에 비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입양을 기다리던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남편과 그 아이들을 위한 기부를 하기로 했죠.”

그는 대한사회복지회에 총 138회, 누적 5억6881만원을 기부했다. 2020년엔 정 기부자가 로열아너스 클럽 1호 회원으로 가입한 데 이어 남편 유민석 정샘물뷰티 대표도 8호 회원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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