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신통일한국의 비전
4회 - 도덕성 회복 위한 실천 <끝>
가정의 근본에 주목하는 삶의 철학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 일찍이 강조
시대따라 세대간 돌봄으로 순응·확산
고립·단절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올라
가정의 가치 알리는 ‘효정문예운동’
사진·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
“한류와 함께 온누리에 희망 빛 전파”
“인간이 AI(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AI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AI 기술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최근 방한해 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AI는 인류 문명을 바꿀 변수로 지목된다. 그동안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하고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 AI가 만든 세상은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까, 불행하게 만들까. 하라리 교수는 설사 AI가 지능을 넘어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가질 수는 없다고 했다. 인간만이 육체를 통해 경험과 깨달음을 만들어내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공감하는 ‘인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AI와 같은 과학기술이 극대화하면서 물질문명, 과학기술문명에 맞서는 인간성, 도덕(윤리)성 회복은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물질주의, 효율성과 환금성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1인 가구의 급증, 저출생·고령화, 고독사와 고립·은둔 청년 증가 현상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국가의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 확립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K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인의 심정(心情)과 효정(孝情)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배경이다. 기계화가 가속화하는 세상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정’의 가치야말로 인간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사람다움’을 위한 새 정신과 가치, 즉 심정사상과 효정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해 세계 무대에 내놓으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 있다.

◆삶의 수행·치유로서의 효정
효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공통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는 효라는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효를 ‘혈연적 동정’(filial piety)이라고 번역한다. 한·중·일은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효와 충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효를 가장 중시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일본은 충에 더 비중을 두고 있고, 중국은 충효의 비중이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의 두드러진 특징은 효를 중시하는 동시에 정도 중요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 ‘정의 나라’라는 말은 한국 문화의 핵심을 간파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민족의 DNA에 흐르고 있는 효와 정의 정서를 삶의 철학으로 개념화한 것이 ‘효정’이다. 효(孝)와 심정의 복합어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공동창시자 한학자 총재는 ‘효정포럼’을 창설하면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 앞에 자녀 된 인류가 효의 심정으로 응답하고, 한 형제자매로서 정을 나눌 때 비로소 참된 인간 완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민족의 효정은 부모에 보은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를 가로질러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인륜의 근간이자 자기 존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시대에 효정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평화세계의 모델로서 가정을 중시하는 효정사상은 나와 우리 가정의 근본이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느냐에 주목하는 삶의 철학이자 가치다. 예로부터 우리 문화에서는 수신(修身)이나 수도(修道)를 강조해 왔다. 수신이나 수도는 ‘말’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체득(깨달음)을 통해 완성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상은 근본적으로 ‘앎의 체계’라기보다는 ‘삶의 수행’이었다.
삶에는 반드시 신체가 결부되기 마련이다. 신체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고, 수행과 실천이 없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다. 기계(AI)와 인간을 구별 짓는 근원이다. 이처럼 신체적 수행을 강조해온 이 땅의 현철(賢哲)들이 계속해서 ‘효’에 대해 물어보는 까닭은 존재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나’의 관계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산출된 덕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효’에 대한 태도는 일종의 수련·수도의 과정으로서 비록 사물을 도구(기계)로 활용하는 데는 미진하였지만, 세계와 하나가 되는 도락(道樂)을 맛볼 수 있게 안내했다.
성규탁 전 연세대 교수는 효문화와 사상과 관련, ‘한국인의 세대 간 서로 돌봄’을 통해 한국인의 홍익인간과 인내천사상에 기초한 인간애의 전통으로 설명했다. 나아가 세대 간의 서로 돌봄을 효와 같은 뜻으로 해석하며 우리의 문화적 맥락에서 효가 어떻게 시대적 변화에 순응해서 실천되어 왔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경험적 자료를 제시한 적이 있다. 효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세대 간 서로 보살피고 돌보는 문화의 확산은 도덕성 회복은 물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으로 각광받기에 충분하다.

◆‘가정의 가치’ 전파하는 효정문화예술운동
오늘날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도덕과 윤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AI 문명 속에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로봇화’되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확보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가치관을 모색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따지자면 ‘생각’보다 ‘심정’에 가깝다. 고립과 단절은 심정, 즉 마음과 정을 마음껏 나누지 못해 생긴 시대적 질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가 명상을 하거나 자조모임을 갖기도 한다.
육체적인 부모를 넘어 하늘과 나를 연결하는 효정문화는 가정의 가치에 주목한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상대가 바로 부모이다. 부모와 나는 서로 몸을 나눈 사이로서 우리가 ‘심정적 존재’임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그리고 이 상대적 관계에서 형성된 장이 바로 가정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다양한 심정의 세계를 경험한다. 부모의 심정, 부부의 심정, 자녀의 심정 등. 특히 부모의 심정(내리사랑)에 대한 자녀의 올리사랑(치사랑)이 바로 효정사상이고 효정문화이다. 효정의 마음은 낳아준 부모에 대한 본성적 위함이며 말뿐이 아닌 신체적 봉양을 통해 돌보려는 의지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은 모든 사랑의 출발이고, 모든 예의의 시작이다. 김형효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이를 ‘가정의 신비’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하늘을 모시는 효정문화와 사상은 횡적인 관계와 가치만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에 눈뜨게 한다. ‘효정’이라는 가치는 부모·자식 간의 ‘공감(共感)의 정신’에서 발생한 덕목이기에 이성의 도덕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시비비를 따지고 이해타산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원초적인 인간관계에서 우러나는 효와 육친의 정(情)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도의(道義)세계 구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다양한 문화 수단을 통해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있다. 효·사랑을 주제로 한 영상 및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확산하는 효정문화예술운동이 대표적이다. 한류와 함께 온누리에 희망의 빛을 퍼뜨리는 ‘소명’을 품고 있다.
조형국 글로벌비전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