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동연구팀 “허리-엉덩이 비율 낮을수록 노년기 뇌 건강 양호”
중년기에 복부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노년기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의 비율인 ‘허리-엉덩이 비율’(waist to hip ratio)이 높을수록 노화 이후 인지 기능 저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및뇌과학연구소,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등 유럽 6개 기관 소속 연구진은 약 1200명을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년기 복부비만이 노년기 뇌 및 인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를 측정해 체지방 분포 상태를 확인하고, 뇌 영상 자료 및 식습관 기록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중년기에 허리-엉덩이 비율이 낮고 식단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노년기에 뇌 연결성과 인지 능력이 더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적 연결성과 뇌 백질의 구조적 건강이 양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40대에 허리둘레가 상대적으로 크고 체지방이 복부에 집중된 사람들은 70대에 ‘작업 기억’과 ‘집행 기능’ 등에서 열세를 보였다. 작업 기억은 정보를 단기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집행 기능은 계획·문제해결·주의 집중 등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복부비만이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신경 연결성과 대사 건강에 영향을 미쳐 뇌 노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리-엉덩이 비율은 체질량지수(BMI)보다 체지방의 분포를 잘 반영하는 지표로, 내장지방이 많은지를 가늠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복부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산하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전 역학 연구에서도 식습관과 운동 습관 등 생활 방식이 치매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제시됐지만, 허리-엉덩이 비율이 해마의 연결성과 인지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한 사례는 드물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옥스퍼드대 뇌과학자는 “40대의 생활 습관이 30년 뒤 인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며 “복부비만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노년기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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