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뇨병 치료제 품귀 현상이 반복되자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를 집중 생산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의약품안전나라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자료에 따르면 주요 당뇨병 치료제의 공급 부족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공급 재개까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의약품안전나라 ‘공급 중단·부족 의약품 현황’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공급 재개 품목’에 따르면 휴마로그주, 트루리시티, 노보래피드주 등 주요 당뇨병 치료제의 ‘공급 부족’ 보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2년 1건, 2023년 7건, 2024년 2건이다. 상품별로는 트루리시티의 공급 부족이 가장 두드러졌다. 트루리시티 5건(0.75밀리그램/0.5밀리리터 3건, 1.5밀리그램/0.5밀리리터 2건), 휴마로그주 100단위/밀리리터 4건, 노보래피드주 100단위/밀리리터 1건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치료제 품귀 현상은 작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를 집중 생산하면서 당뇨병 치료제 생산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한 ‘트루리시티’는 0.75밀리그램/0.5밀리리터와 1.5밀리그램/0.5밀리리터 두 제품 모두 6월과 8월에 공급 부족이 보고됐다. 당시 제약사들은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 아니라며 “전 세계적으로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해를 거듭하며 공급 재개 일자가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별 공급 부족 보고일자와 공급 재개 일자를 비교하면 지난해의 경우 공급 재개까지 1~4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는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트루리시티 0.75밀리그램/0.5밀리리터는 올해 1월 ‘공급 부족’ 보고 이후 3월께 공급 정상화가 예상됐지만 9개월여 후인 9월 말에서야 공급이 재개됐다. 휴마로그주100단위/밀리리터는 7월 ‘공급 부족’ 보고 이후 한 달여 만인 8월 말에 공급이 정상화됐다.
당장 내년도 공급 물량도 확실하지 않다. 한국릴리가 올해 1월 제출한 ‘완제의약품 공급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 수입된 물량은 이달 내 소진이 예상된다. 한국릴리는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 사유에 대해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치료 권고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여 수요량 대비 수입 물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반기부터 계속된 물량 부족으로 도매상 및 약국에 공급되는 재고 소진 시점의 예측이 어려우나, 최종 수입된 물량은 2024년 12월 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릴리는 “공급 부족 상황이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반드시 투여 유지가 필요한 환자에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환자 신규 처방 후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진 및 유관기관에 공문을 발송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는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GLP 계열 당뇨병 치료제 품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급여를 적용 받는 GLP 계열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를 찾기 쉽기 않다. 한 내과 전문의는 “빅토자, 삭센다 등의 치료제는 급여 적용이 어려워 대체가 불가하다. 품절이 반복되다 보니 환자들도 공급 불안을 계속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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