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부정적 래깅(원료투입 시차) 효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트럼프 2.0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문제로 엄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회사는 사장을 교체한 후 '비전 2027'을 내세웠는데 엄 사장이 포스코퓨처엠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 가격은 줄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기준 니켈, 코발트 가격은 톤당 1만5200달러, 2만4300달러로 연고점 대비 각각 28.5%, 15.3% 떨어졌다. 또 kg당 리튬 가격은 34.4% 하락한 72.5위안에 그쳤다. 음극재 원재료로 쓰이는 흑연 가격은 13일에 46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통계치가 집계된 2018년 10월 이후 6주 연속 최저치다.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 효과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4분기 206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약세에 따른 부정적인 래깅 효과가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분기에도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음극재 판매량은 여전히 저조한 탓에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재료 가격은 전기차 캐즘(Chasm :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생산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에 원재료를 과도하게 생산하자 재고량이 쌓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에 판매하게 된 것이다. 통상 양극재 판가는 판매 당시 원재료 가격과 연동되는 구조라 포스코퓨처엠이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위기를 극복해 2027년까지 8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과 비교하면 73% 늘어난 규모로 같은 기간 에너지소재사업부 매출은 2배 이상 늘린 6조9000억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2025년은 캐즘 위기를 극복하는 구간으로, 2026년부터는 본격 성장을 자신했다.
이를 위해 N86(니켈 함량이 86% 이상),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개선하면서 GM(제너럴모터스)과 함께 캐나다에 세운 얼티엄캠(Ultium CAM)을 앞세워 생산량을 확대하고 신규 고객사도 확보해 나서기로 했다. 음극재의 경우 천연 및 인조흑연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에 맞춰 국내·외 추가 투자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변수는 '트럼프 리스크'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산업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보이면서 양극재 업체까지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 탓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캐나다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관세는 얼티엄캠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완성차 업체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용을 늘리면서 하이니켈 위주의 양극재 사업 전략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다.
최근 주요 고객사인 GM은 전기차 브랜드 '얼티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외에도 LFP 채용 확대를 시사했다. 또 스텔란티스는 중국 CATL과 유럽에 대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LFP를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인데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을 우리 기업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