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고 또 접고···스마트폰 폼팩터는 진화 중, 그 너머는?

2025-11-04

21년 전 휴대폰 시장에 ‘가로본능폰’이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4년 8월 삼성전자가 애니콜 브랜드에서 처음 출시한 가로본능폰은 화면을 90도로 돌려 가로로 볼 수 있는 신개념 폰이었다. 봉을 잡고 가로로 매달리는 사람이 나오는 광고도 화제였다. 세븐, 이효리 등 당대 스타들이 가로본능폰 시리즈 모델을 거쳤다. 이는 피처폰 시대의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이었다.

바 형태에서 출발한 휴대폰은 키패드에 보호커버를 씌운 플립폰, 반으로 접히는 폴더폰, 키패드를 밀어넣을 수 있는 슬라이드폰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가로본능폰은 2008년 8번째 시리즈까지 출시됐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휴대폰 형태는 터치에 최적화된 직사각형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틀을 깨는 스마트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번 접고, 또 접는 ‘트라이폴드폰’까지 시장에 나왔다. 스마트폰의 폼팩터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을 벗어난 차세대 폼팩터 개발도 활발하다.

업계에서 폼팩터 경쟁이 다시 본격화된 배경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가 있다.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차별점으로 외형 변화가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2019년 책처럼 양옆으로 여닫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를, 이듬해 위아래로 접는 ‘Z 플립’을 출시했다. 폴더블폰을 상용화한 최초 사례다. 지난 7월 역대 갤럭시 Z 시리즈 중 가장 얇은 ‘Z 폴드7’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은 지난해 9월 화웨이(메이트 XT)가 전 세계에서 처음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트라이폴드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트라이폴드폰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 모토로라, 아너, 오포 등이 겨루고 있다. 애플은 내년에 첫 폴더블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폴더블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1.5% 수준에 그치는 틈새시장이다. 200만원 안팎의 가격이 진입장벽이다. 화웨이의 트라이폴드폰은 300만원 후반대다.

다만 폴더블폰은 제조사가 기술 리더십을 입증하는 수단인 동시에 고마진 제품이라는 이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성 윈 차우 연구원은 “폴더블폰은 프리미엄화, 브랜드 차별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AI·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지는 산업 환경 속에서 하드웨어 연구·개발이 여전히 의미있는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짚었다.

폼팩터 실험이 언제나 통하는 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초콜릿폰’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LG전자는 2020년 가로본능 형태 스마트폰인 ‘LG 윙’을 선보였다. 주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형태였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소비자들은 T자형 화면의 활용성을 찾지 못했다. 윙은 2021년 7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마지막 스마트폰 제품으로 남았다. 2013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좌우로 오목하게 휘어진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올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란히 선보인 초슬림폰도 판매 성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께 5㎜대로 얇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양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에어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내년에는 초슬림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스마트폰 너머의 폼팩터는 ‘안경’

스마트폰 폼팩터 혁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세대 스마트 기기 개발도 한창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안경’에 주목하고 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AI를 탑재해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미 메타는 스마트 안경을 시장에 출시해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년 구글과 공동 개발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고, 애플도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다. 이들 회사는 실제와 가상 세계를 결합한 환경인 확장현실(XR)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XR 헤드셋도 선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9월 더버지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일을 안경으로 하게 되면서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두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의 등장으로 컴퓨터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휴대폰이 공존할 것이라면서도 “안경이 컴퓨팅의 주요 수단으로 점차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과 애플은 AI 생태계에서 스마트폰이 여전히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이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폼팩터들이 컴패니언(동반자) 형태로 같이 어우러져 생태계를 완성시키는 쪽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같은달 “아이폰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기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기기들이 ‘대체’가 아니라 ‘보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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