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AI 반도체 선점'이 살 길이다

2025-11-03

세계 반도체 산업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AI 생태계 확산,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으로 산업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며, 산업·통상·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모델을 주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AI 반도체 시장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특히 CUDA 생태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글로벌 AI 인프라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었다. 1983년 메모리 산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불과 10년 만에 당시 세계 최강이던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추월하고,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AI·자율주행·클라우드 등 데이터 중심 산업이 부상하면서, 반도체 핵심 가치가 메모리 생산력에서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데이터와 서비스를 누가 통제하느냐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AMD·구글·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와 중국 화웨이 등 빅테크 기업이 설계·생태계 주도권을 쥐고 있다. 대만 TSMC는 위탁생산, 즉 글로벌 파운드리 허브로 자리 잡았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가치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 시스템 반도체와 설계 분야는 여전히 미국·대만 중심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서 그동안 선배 연구진이 일군 반도체 강국 명성을 잇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대규모 투자, 대량 생산, 미세공정 경쟁이 성공 방정식이었다.

앞으로는 피지컬 AI, 온디바이스 AI, 또 인간 뇌 뉴런·시냅스를 모방한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를 뜻하는 뉴로모픽 등 차세대 기술이 중심이 된다. 단순한 생산 경쟁과 과거 방식 고수만으로는 글로벌 차세대 기술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 메모리 중심 산업 구조를 뛰어넘어 시스템 반도체, SW, AI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술 플랫폼으로 확장이 절실하다.

아울러 이런 시점에서 AI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연구소·기업 간 전략적 협력이 다음과 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뉴로모픽 등 미래 기술 역량을 선점하고, HBM·저전력D램(LPDDR) 등 고대역폭 메모리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통해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

둘째, 혁신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국산 AI 반도체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공공 부문 선제적 도입으로 초기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또 엔비디아·AMD·퀄컴·인텔 등 글로벌 기업과 공동 개발·라이선스·설계 협력으로 기술 의존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시장 진출이 필수다.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뿐 아니라 엣지 디바이스, 저전력 AI 반도체 등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국제 표준화 경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메모리 강국'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와 AI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

필자는 지능형반도체연구를 수행하면서 기술 주권 시대를 맞아,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중이다. 특히 피지컬 AI, 온디바이스 AI, 뉴로모픽 등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진 모두가 오늘도 치열하게 도전하고 있다. AI 반도체가 우리에게 당면한 살길이기 때문이다.

구본태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koobt@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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