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브라우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입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IPTV 등 모든 디지털 기기는 결국 웹 브라우저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니까요. 웹 브라우저가 없다면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하죠.
웹 브라우저의 역사는 기술 경쟁이자, 데이터를 둘러싼 ‘인터넷 주도권 전쟁’이었어요. 웹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검색, 구매,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가장 깊이 수집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이 데이터에 있음을 감안하면 웹 브라우저를 장악하는 것은 곧 온라인 세상을 장악하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 10월, 오픈AI가 공개한 챗GPT 아틀라스(ChatGPT Atlas)는 일반적인 웹 브라우저가 아니라, 웹 브라우저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존재로 등장했습니다.

웹 브라우저의 진화와 현재 시장
웹 브라우저는 1990년대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 크롬과 파이어폭스와 같은 새로운 웹 브라우저의 등장으로 강력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크롬은 2008년 출시 이후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 구글 생태계와의 통합으로 시장을 장악했어요. 2010년대 들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애플의 사파리 등이 차별화된 가치를 내세우며 경쟁해왔죠.
현재 글로벌 웹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의 압도적인 독주 구도입니다. 2025년 10월 기준 크롬은 전체 플랫폼에서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어요. 사파리(약 13.8%), 엣지(약 5%) 등 다른 웹 브라우저와의 격차는 압도적입니다. 한국에서는 크롬에 이어 삼성 인터넷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웹 브라우저인 웨일 브라우저는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습니다.
기존 웹 브라우저들이 가진 우위는 단순히 높은 점유율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20년 이상 축적된 렌더링 엔진 최적화, 보안 아키텍처, 웹 표준 준수라는 기술적 성숙도를 갖추고 있어요. 웹 브라우저 엔진은 수백만 시간의 최적화와 수십억 명의 사용자 피드백으로 다듬어진 결과물이며, 이는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입니다. 또한 수십만 개의 확장 프로그램, 수백만 명의 개발자 커뮤니티, 웹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무수한 웹사이트들이 만드는 생태계 효과는 강력한 진입 장벽이에요.
기업들은 이미 크롬 또는 엣지를 중심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전환 비용이 매우 높아요. 크롬은 구글 생태계와, 엣지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사파리는 애플 생태계와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어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경험을 제공해요. 무엇보다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이 이미 자신의 웹 브라우저를 신뢰하고 있으며, 비밀번호 관리와 결제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를 맡기는 데에는 오랜 시간 형성된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오픈AI 아틀라스의 웹 브라우저 혁신
오픈AI가 공개한 AI 웹 브라우저 아틀라스는 단순한 새로운 웹 브라우저의 등장이 아니라, 인터넷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사건입니다. 챗GPT가 매주 8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오픈AI는 이제 구글이 20년 동안 장악해온 ‘인터넷의 관문’ 자리를 노리고 있어요.
아틀라스 브라우저는 기존 웹 브라우저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요. 전통적인 웹 브라우저가 검색 엔진을 거쳐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구조라면, Atlas는 ChatGPT를 브라우징 경험의 중심에 놓습니다.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를 열면 구글의 검색창이 아닌 ChatGPT의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가장 먼저 보여요.
아틀라스의 핵심은 챗GPT를 웹 브라우징 경험의 중심에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모든 웹페이지 상단의 ‘챗GPT에게 묻기’ 버튼을 통해 사이드바를 열면 현재 페이지의 내용에 대해 즉시 질문하고 요약을 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영화 리뷰를 읽다가 특정 용어를 하이라이트하기만 하면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레시피를 보다가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까지 요청할 수 있죠.
‘브라우저 메모리’ 기능은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 방문 기록과 행동을 기억하고 맥락을 파악해요. “지난주에 내가 찾아봤던 채용 공고들을 찾아서 최근 채용 트렌드 요약본을 만들어줘” 혹은 “서울-파리 왕복 항공권을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비교해줘”와 같은 고도로 개인화된 요청이 가능합니다.
웹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동작하는 에이전트 모드는 아틀라스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AI가 사용자 대신 상점을 찾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추가하고, 주문까지 완료하는 과정을 사용자는 지켜볼 수도 있고 중간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어요. 업무를 하는 경우엔 과거 업무 문서를 열고 AI가 내용을 인식한 후 스스로 웹 브라우저에서 리서치를 하고 문서를 업데이트 하고 주요 사항을 요약 정리하는 일까지 가능합니다.

AI 웹 브라우저의 주도권과 해결과제
아틀라스를 비롯한 AI 웹 브라우저들은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웹 사용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려 합니다. 전통적 웹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검색하고, 클릭하고, 읽고, 판단하는 구조죠. 웹 브라우저는 중립적인 도구이며, 정보 처리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반면 AI 웹 브라우저는 AI가 검색하고, 요약하고, 추천하고, 때로는 행동합니다. 웹 브라우저는 능동적인 어시스턴트이며, AI가 정보 처리의 상당 부분을 대행해요. 결과적으로 ‘검색→클릭→탐색’이라는 전통적 UX가 ‘대화→요약→실행’으로 대체됩니다. 챗GPT 대화 기록과 웹 브라우징 히스토리의 결합은 기존 웹 브라우저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깊은 개인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아틀라스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기존의 단순한 보조 기능을 넘어 스스로 실제 작업을 수행하며, 이는 웹 브라우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쿠키, 방문 기록, 확장 프로그램, 로그인 정보 등은 모두 사용자의 디지털 생태계를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아틀라스가 이 접점을 확보하게 되면 오픈AI는 챗GPT를 넘어 AI 생태계 전체를 관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어요.
다만 오픈AI와 아틀라스에게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있습니다. AI가 자동으로 행동하는 만큼, 잘못된 클릭이나 허위정보 인용, 피싱 사이트 접근 등의 위험이 존재해요. 아틀라스는 기본적으로 웹 브라우징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I가 웹 브라우징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기억한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불안감을 줄 수 있어요.
에이전트 모드 역시 편리하지만 반대로 AI가 로그인된 사이트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할 때 사용자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보안 취약점을 내보일 위험이 존재해요. 오픈AI 역시 “해커들이 우리의 보호 장치를 뚫고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로그인된 사이트에서 사용자로서 행동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 시장이 AI로 바뀔 것인가
챗GPT 아틀라스는 분명 흥미로운 실험이자 웹 브라우징의 미래에 대한 대담한 비전입니다. 8억 명에 달하는 챗GPT 사용자는 이미 AI와의 대화에 익숙하고 아틀라스 브라우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웹 브라우저 시장의 역사는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 넷스케이프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게,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크롬에게 밀려났어요. 매번 승자는 단순히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생태계를 구축한 웹 브라우저였습니다.
10년 후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AI가 깊이 통합된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아틀라스의 이름을 달고 있을지, 크롬의 이름을 달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웹 브라우저는 더 이상 단순히 페이지를 렌더링하는 엔진이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사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윤준탁 IT칼럼니스트
![[사이언스온고지신]'AI 반도체 선점'이 살 길이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3/news-p.v1.20251103.2f9c4644482e40b2bf4c0a4c28d847fe_P1.jpg)

![[GAM] 中 없인 불가능? '엔비디아 공급' PCB 업체 올해 7배](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ET톡]독점에 막힌 혁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27/news-p.v1.20251027.41c9efe19a0a4042b3008e03c4323fc2_P3.jpg)

![[인터뷰]김해동 몰테일 대표 “외국인이 가장 먼저 찾는 '역직구' 플랫폼 구축”](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31/news-p.v1.20251031.d69b67397c984d5c81c839bf014872a9_P1.jpg)
![구독자·팔로어 수가 문제 아니다?...국내 대표 디지털 마케터의 일침 [비크닉]](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1/02/277f9418-557f-4f29-89ef-7de668494a8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