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부터 ‘불방망이 쇼’ 펼쳐
MIT 물리학 박사 출신이 맞춤 설계
MLB, 배트 검사… “규정위반 아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즌 초반 가장 큰 화제는 뉴욕 양키스가 시즌 개막과 함께 홈런쇼를 펼친 것이다. 양키스 타선은 팀 최다 신기록이자 역대 빅리그 2위인 한 경기 9홈런을 터뜨리는 등 개막 3연전에서 15개의 아치를 그리며 폭발했다.
양키스 타선이 불타오른 요인으로 일명 ‘어뢰 배트(Torpedo Bat)’가 꼽힌다. 일반 배트가 손잡이에서 몸통 부분인 배럴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반면, 이 배트는 어뢰처럼 가운데가 불룩한 독특한 형태를 지닌다. 이는 양키스의 분석팀이 ‘스위트 스폿’(공이 정타로 맞는 부분)이 너무 위쪽에 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한 맞춤형 배트다. 중심을 아래로 내리고 배럴을 두껍게 만들면서도 무게 중심의 균형을 유지했다. 이 배트의 개발에는 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에런 린하트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양키스 마이너 타격코치를 거쳐 수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최근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했다.

비정상적인 홈런 수치가 나오자 MLB가 지난달 31일 양키스 타자들의 배트를 수거해 직접 검사에 나섰고 길이 42인치, 지름 2.61인치 이하로 제한된다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다만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의 중심타자 장칼로 스탠턴이 개막 직전 팔꿈치 부상을 당한 원인이 어뢰 배트로 훈련하다 다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양키스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친 에런 저지는 정작 어뢰 배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어쨌건 다른 구단 선수들도 새 배트를 쓰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여 각 구단 투수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어뢰 배트의 등장과 함께 여러 실험적인 배트들도 다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MLB닷컴은 1일 ‘도끼 배트’, ‘노 노브(No-Nob) 배트’, ‘얼룩말 배트’, ‘병모양 배트”, ‘바나나 배트’ 등 독특한 배트들을 소개했다.
도끼 배트는 바닥에 둥근 손잡이인 노브(Nob)가 평평하게 있는 일반 배트와 달리 도끼처럼 노브 부분이 기울어진 비대칭 손잡이가 특징이다. 2010년대에 점점 인기를 얻은 도끼 배트는 인체공학적 그립을 촉진하고 배트 속도를 높이며 손과 손목 부상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노브가 없는 노 노브 배트도 있는데, 뉴욕 메츠 제프 맥닐이 사용해 잘 알려졌다.
1932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구스 고슬린은 개막전에서 상대 투수를 현혹하기 위해 줄무늬 배트를 들고 타석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일명 ‘얼룩말 배트’로 바로 다음 날 금지됐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활약한 하이니 그로는 독특한 병모양 배트를 사용했다. 이 배트는 특이하게 긴 배럴과 점점 가늘어지는 손잡이가 특징이었다. 발명가 에밀 킨스트가 1890년에 특허를 받은 ‘바나나 배트’는 끝부분이 바나나처럼 살짝 휜 곡선으로 만들어져 있다. 타구의 스핀을 증가시켜 수비수가 공을 잡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설계됐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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