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도, 건조 기술도 없는데” 트럼프 관세에 동남아 ‘골머리’

2025-07-09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제조업을 키우며 성장해온 동남아시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에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각국에 보낸 상호관세 서한에서 중국 업체의 우회 수출 경유지인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해 30~40%대의 높은 관세를 유지했다. 자원, 기술, 미국산 수입 확대 등을 ‘협상 지렛대’로 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들 국가는 협상 카드도 넉넉하게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AFP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이 전날 캄보디아에 36% 관세 부과를 통보한 이후 현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생산 공장이 대거 입주한 캄보디아의 지난해 의류 대미 수출액은 약 100억달러(약 14조원)다. 캄보디아에서 의류·여행용품 제조업은 지난해 기준 91만8000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산업이다.

미국 정부는 전날 캄보디아 상호관세를 기존 49%에서 13%포인트 더 낮추면서 협상 시한을 8월1일까지로 연장했지만 캄보디아 의류 업계 제조 주문량은 이미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지 의류·여행용품 공장 중 44%는 ‘지금 주문량으로는 향후 최대 3개월까지만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답했다. 27%는 올해 들어 본사로부터 생산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정부는 전날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통보했는데 이 중에는 라오스(40%), 미얀마(40%), 태국(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5%)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가장 많았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과 일본에 적용된 25% 관세율보다는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무역 불균형”으로 인해 이 같은 관세율을 책정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업체들이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이들 국가를 거쳐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장벽’을 세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협상에서 미국의 관세 인하를 끌어낼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각국은 원천 기술 공유, 미국산 제품 대량 수입 약속, 희귀 자원 대미 수출 등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베트남은 보잉 항공기 추가 주문, 트럼프 기업과 연계된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 골프 리조트 건설 사업 승인, F-16 전투기 24대 구매 등 조건으로 관세율을 46%에서 20%로 낮췄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곡물·에너지·원자재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제시한 상황이다. 태국은 미국산 옥수수 수입 관세를 인하하는 안을 미국에 보냈다.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도 미국산 상품 관세 인하를 제안했다. 미국은 라오스, 미얀마 등 국가와는 협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면서 섬유, 신발 등 제품의 주요 제조 허브인 동남아시아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벤 블랜드 아시아태평양 책임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현지 제조업체는 개방된 세계 무역 체제 붕괴가 자국 성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 모델은 중국과의 생산 통합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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