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디지털 쉼표', 아동·청소년 보호 위한 선택 아닌 필수

2024-11-20

지난 8월 프랑스는 중학생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의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9월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으나 디지털 중독, 정보 과부하 등이 가져오는 사회적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을 제한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디지털 쉼표 정책의 시작점이 청소년인 이유는 디지털 기기의 부정적인 영향에 가장 취약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학습과 일상생활 집중도 감소, 정신 건강, 사회성 발달 문제 증가, 수면 부족 등 부작용을 가져온다.

가장 큰 문제는 유해 콘텐츠다. 이에 노출된 청소년은 콘텐츠 속 언행을 모방하고, 이를 일상에서 재생산해 학교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청소년 도박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도박중독 치유·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20년 1286명에서 2023년 2093명으로 연평균 17.6% 증가했다. 이는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기 과·오용 관리와 교육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이미 해외 선진국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디지털 쉼표 정책을 추진해왔다. 영국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추진 중이며, 소셜미디어 사용자 나이를 13세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11개 주는 미성년자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결의안을 채택·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 강제 차단은 청소년의 학습과 사회 참여를 저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스마트폰 반납이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기 부작용에서 청소년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유해 콘텐츠 식별·차단 시스템 강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유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 형성을 위한 사용 기준 및 교육 강화다. 청소년이 온라인상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 선택적으로 수용하도록 청소년과 부모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동반돼야 한다.

셋째,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을 위한 지도와 교육이다. “스마트폰 그만해” 같은 강압적 훈육보다는 “지금은 숙제 시간이니 숙제를 마치고 1시간 동안 하자”처럼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갑자기 제한하기란 쉽지 않다. 최신 기기에 사용 시간,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제한 기능이 포함돼 있지만 단순한 기기 관리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이럴 땐 디지털 기기 사용을 관리하는 자녀 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 관리 서비스는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 스케줄을 설정하고 기기 사용을 제한한다. 유해사이트 접근을 차단해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을 방지한다. 실시간 위치 확인과 보행 감지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안전한 일상생활 케어 기능까지 제공한다.

디지털 노출은 흔해졌고 노출 시기 또한 빨라지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노출이 정서·사회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금 더 편하게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어른의 바람과 양육 문화 변화가 결국 아이들에게서 디지털 기기를 떼어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에게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이 자리 잡으려면 어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쉼표 정책은 어른들의 적극적인 참여이자 노력의 일환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디지털 쉼표 문화를 정착시켜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디지털 생활을 영위하고, 올바른 정서·사회적 발달과 성장을 이루도록 어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박철우 에잇스니핏 대표 bluew00@jiran.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