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없애라" 통했다…한국 1조 부활, 유니클로 전략

2025-10-14

‘패션업계 문법’ 바꾸는 유니클로 비결

경제+

경기 침체를 먹고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 있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 얘기다. ‘생필품 같은 옷’을 파는 유니클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야나이 다다시(76)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연 유니클로 브랜드 40주년 행사에서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는 패스트 패션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옷이다”고 선언했다. 창업자의 선언은 헛말이 아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가장 진보한 의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의류 업계에서 고유명사가 된 유니클로 전략을 살펴봤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삿포로 유니클로 매장에선 눈발이 날리는 이른 3월부터 반팔셔츠가 중심 매대에 오른다. 온난화로 무더위가 빨라지자 유니클로는 3월부터 반팔과 기능성 의류인 에어리즘 재고를 늘렸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 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7월 글로벌 실적 발표회에서 “소비자들이 여름 의류 구매를 앞당기고 있어 에어리즘 같은 냉각 원단이나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가벼운 의류는 연중 판매할 수 있도록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실적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굳건하다. 실적을 보면 침체를 먹고 산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2025년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기준으로 매출 3조4000억 엔(약 32조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 늘었다. 직전 회계연도에 이어 연속으로 매출이 3조 엔을 돌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00억 엔(5조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주춤했던 일본 시장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연 매출 1조300억 엔(약 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의류 기업이 일본에서 매출 1조 엔을 돌파한 건 유니클로가 처음이다.

◆클래식은 늙지 않는다=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유니클로 매장. 매장 입구에선 셔츠와 니트가 고객을 반겼다. 면바지와 셔츠는 색깔만 서로 다른 클래식한 디자인의 옷들로 매대를 꾸렸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무신사가 인기지만 저와 같은 나이대에는 맞지 않아서 저렴하고 무난한 유니클로 옷을 자주 산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유니클로는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생필품 같은 옷이다. 비슷한 이유로 로고도 새기지 않는다. 로고를 앞세운 폴로(Polo) 등과 서로 다른 디브랜딩 전략이다. 겉만 봐서는 유니클로가 만든 상품인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기에 연령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다. 2030부터 4060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니클로가 만드는 상품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은 기본적인 아이템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기본 옷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필품 같은 옷은 유니클로를 성장시킨 바탕이다. 동시에 세계적인 불황에도 흑자를 내는 힘이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은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화려한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를 새기는 것은 모두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고 적었다.

유니클로가 지향하는 단순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사이즈, 낮은 가격은 시장 판도를 바꿨다. 유니클로는 자체 공장 없이 100% 협력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주문을 대량으로 발주하고 반품 없이 전량 매입하는 대신 품질 관리에 까다롭게 개입한다. 유행에 따르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 덕분에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상당수 유니클로 제품은 100만 개 단위로 만든다.

제품 구상부터 생산, 재고 관리가 한 몸처럼 돌아간다. 제품 관리팀이 각 시즌에 맞는 디자인과 소재를 결정하고 수요를 예측한다. 품질팀이 생산 전반을 관리하고 각 매장에선 제품을 빠르게 판매해 재고를 줄인다. 유니클로의 품질 관리 방식 역시 독특하다. 유니클로는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주요 협력사가 있는 곳에 별도의 생산 사무소를 두고 있다.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거나 소비자가 품질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담당 직원이나 장인이 공장으로 달려가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성공 복습은 의미 없다=유니클로는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일본 매장보다 해외 매장이 더 많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순항했던 건 아니다. 유니클로는 2005년 미국 뉴저지주에 첫 매장을 열었지만 쓴맛을 봤다. 적자가 쌓인 유니클로는 2010년까지 미국 내 매장 대부분을 닫으며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결론은 “상품 기획과 매장 구성, 마케팅 방식을 일본식으로 적용해 미국 소비자의 입맛과 맞지 않았다”였다.

초기 진출 매장들이 뉴욕 중심지가 아닌 뉴저지 교외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유니클로 생각』에서 미국 진출 실패에 대해 “우리는 일본식 방식으로 미국 시장을 설득하려 했다. 미국 소비자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유니클로는 2011년 미 뉴욕 소호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열며 미국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매장 크기도 확 넓혀 유니클로가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알렉산더 왕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우려 했다. 뉴욕 플래그십 매장은 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시장의 실패는 동남아 등 다른 시장 진출에 있어 약이 됐다. 2009년 싱가포르 등에서 매장을 열기 시작한 유니클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집중해 에어리즘 제품 홍보에 집중했다. 아울러 점진적인 경제 성장에 따라 동남아 시장에서 중산층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대형 쇼핑몰 중심으로 매장을 열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해외 진출 실패와 성공을 이렇게 압축했다.

“성공은 성공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진부해진다. 경영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성공이든 남의 사례를 그대로 복습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눈앞의 신기루에 속아 과거의 작은 성과에 집착하는 한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없다.”

유니클로 글로벌 매장 수는 올 8월 기준으로 1969개로 2000개(일본 포함)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일본을 제외하면 유니클로 매장은 중국(902개) 다음으로 한국(132개)이 가장 많다.

◆스크랩 앤 빌드 전략=일본 제품 불매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한국 유니클로는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넘어서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핵심 전략은 유니클로 내부에선 스크랩 & 빌드(Scrap & Build)라 부르는 매장 재조정이었다. 현재는 문을 닫은 서울 양천구 목동 홈플러스 유니클로 매장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 유니클로 매장은 인근 현대백화점 매장으로 통합됐다. 두 매장은 직선거리로 1㎞ 정도 떨어져 있어 대표적인 중복 매장으로 꼽혔다. 소규모 매장을 줄이는 대신 뉴욕 플래그십과 같은 대형 매장은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롯데월드몰점이 대표적이다.

매장 재조정으로 국내 매출은 증가세다. 2019년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기준으로 1조3780억원이었던 유니클로 매출은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2021년에는 5824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1조780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 1조원을 재달성한 유니클로는 올해부터 로드 사이드 매장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올해 4월 문을 연 유니클로 제주 도남점과 서귀포점이 대표적인 로드 사이드 매장이다. 이곳 매장 내 상품은 서귀포 맞춤형으로 꾸몄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적합한 리넨 셔츠와 에어리즘, 자외선 차단 UV 프로텍션 파카 등 기능성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한 특화 상품 전략을 적용한 것이다. 부침이 있는 한국 시장은 유니클로 입장에서 보면 훌륭한 교재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03년 사내 교육용으로 출간한 『1승 9패』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사업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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