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86] “영원한 것이 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2024-10-09

류시화(본명 안재찬, 1958년생)

충북 옥천 출신으로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새삼 소개가 필요 없는, 글 쓰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이 팔린 작가로 유명하다.

<함께 읽기> '들풀'은 시인들이 좋아하는 글감이다. 아무 데서나 뿌리 내려도 죽지 않고 억척스럽게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이 시인으로 하여금 펜을 들게 만든다.

시인은 우리더러 들풀처럼 살라고 한다. “맨몸으로 눕고 / 맨몸으로 일어서”는 들풀처럼. 들풀에겐 비옥한 땅이 꼭 필요하지 않다. 그저 뿌리내릴 흙만 있는 곳이면 뻘이든 돌밭이든 오물이 흐르는 물가든.

씨 한 톨만 있으면 맨몸으로 달라붙는다. 그리고 이내 일어선다. 비 내리면 비 내리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심지어 걸어가는 소의 발길에 짓밟혀도 그때 잠시 누울 뿐 다시 일어선다. 고라니가 뿌리 가까이 뜯어먹어도 이내 몸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보다 먼저 깨우친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들풀처럼 살아라'고. 넘어져도 완전히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들풀처럼,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내리는 들풀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이 되라고. 그래 들풀처럼 살라고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 오직 현재에 머물라” 이 시행을 보자 문득 미국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솔 벨로우(Saul Bellow)의 ‘오늘은 잡아라’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들의 과거는 어둡고, 그 미래는 불안하다. 생동하는 오늘, 오늘을 잡아라.’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 가지 얻은 교훈이 있다. 아무리 나 혼자 열심히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과거의 영광에 집착함도 미래에 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도 어쩌면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미래는 현재를 겪어야 주어지므로 현재에 따라 달라짐을. “언제나 들풀처럼 /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수필을 생각하게 하는 시행이다.

그분이 지구별을 떠나시기 전에 남기신 말씀을 보면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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