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SMR 투자를 확대하고 상업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한미 원자력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지난달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미국 에너지부, 국무부와 함께 민간 원자력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양국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가서명했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은 민간 원자력 협력을 더욱 진전시킬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화석연료와 석유 산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에 대해서도 반대해왔다. 그는 집권 2기 공약으로 ‘아젠다 47’을 통해 기존 원전의 활용 확대와 선진 원자로 개발을 약속하며, SMR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자력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SMR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할 전망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100분의 1로 줄어든 차세대 원전으로, 청정 에너지 생산과 대규모 전력 공급에 유리하다. 특히,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SMR 개발에 투자하거나 관련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실제로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500MW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전력은 AI 데이터 센터에 공급될 예정이다. 아마존은 도미니언에너지와 SMR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전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MS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장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원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SMR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글로벌 S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DL이앤씨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SMR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SMR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 발주로 진행되는 2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공사의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에서 진행되는 SMR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뉴스케일 기술을 기반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로,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에너지와 협력해 4세대 고온가스로 SMR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핵심 기자재 공급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원자력·SMR사업팀을 신설하고, 엑스에너지와 테레스트리얼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SMR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엑스에너지의 고온가스로 SMR과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의 용융염원자로(MSR)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관련 시장의 확대는 국내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MR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국내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